8년 장좌불와, 10년 동구불출.
  이 두 마디면 바로 떠오르는 선지식 그러니까 큰 스승이 있다. 바로 성철 스님이다. 그는 ‘수미산의 호랑이’라고 불리며 높은 수행력과 깊은 가르침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앞서 장좌불와는 좌선 수행 중 일체 눕지 않은 것을 말하고 동구불출은 거처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세상이 놀랄 일이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그 명맥이 가늘게 이어지던 시기에 정통 한국 불교를 다시 살려낸 선사이다.
  성철 스님은 1912년 태어나 1993년 열반에 들 때까지 선수행과 후학들을 지도하는 이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한 눈을 팔지 않았다. 평생 옷 두벌로 지냈고 소금기 없는 음식만 입에 댔다. 또 제7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을 때도 추대식에 나가지 않고 그 유명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만 발표했을 뿐이다. 또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면서 철저한 참선 계행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성철 스님은 한 마디로 당당하고 청정한 정신세계를 펼친 인물이다.
  그가 발표한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원래 이 법어는 중국 당나라 선사 청원 유신의 작품이다. 그는 “내가 30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보았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는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게 보았다. 지금 휴식처를 얻고 나니 옛날과 마찬가지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로 보인다”고 했다. 득도해 텅 빈 마음으로 보니 역시 산은 그대로 산이요, 물은 그대로 물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성철스님이 말한 법어는 청원 유신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당시 일반 대중들은 성철 스님의 이 말을 깨치면 평범한 세계가 되더라는 말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성철 평전이 최근 발간됐다. 김택근 작가가 쓴 이 평전은 한국 불교의 상징이자 시대의 큰스승인 성철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한 역작이다. 그간 소설이나 교양문고, 회고한 책 등은 있었으나 본격적인 평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성철을 기려 “지구라는 별에 와서 삶의 자국은 가장 적게 남겼음에도 향기로움은 가장 많이 퍼져간 분”이라고 썼다.
  우리 시대는 지금 탐욕과 이기심, 타락, 증오로 뒤범벅이다. 이런 때 성철의 메시지는 ‘죽비 한 대’이며 ‘무도한 시대의 등불’이자 ‘혼돈의 시대 희망’이다. 김택근 작가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남 모르게 남을 도웁시다’로 요약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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