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에 나선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가 이사장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했으나 권한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

권한대행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회의도 보이콧하는 식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보존회 이사와 회원 6명은 18일 권한대행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퇴의사를 밝힌 이사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투표에 참여한 건 ‘제17조 2항 모두 유고 시 이사 중 연장자가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관에 어긋나, 1월 7일 이사회와 거기서 뽑은 권한대행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21일 이사회에서는 권한대행과 일부 이사 간 감정이 극에 달해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이사 4명이 자리를 떠났다. 권한대행의 ‘이래서 (국악인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언급에 화가 난 원로이사가 언성을 높이고 원로이사의 딸이 나서는 등 큰 다툼이 벌어져 해당 이사는 일찌감치 돌아갔다. 사태를 지켜 본 이사진 몇몇은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뒤이어 일어섰다.

의결정족수(14명)를 넘어 회의는 진행했으나 계획했던 수석부이사장과 상임이사 선정 건은 상정하지 못했다. 시급한 2016년 세입세출과 2017년 사업예산안만을 통과시킨 채 마무리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권한대행 직무가 정지되고 차기 이사장을 선출할 가능성도 있으나, 기각되는 건 물론 수용되더라도 법원에서 결정하기까지 체제는 유지된다. 임원의 경우 2월 중순경 정기총회 전후 이사회를 통해 낙점할 예정이다.

어느 쪽이든 이사장 권한대행이 당분간 지속됨에도 힘을 얻지 못하고 양측 의견대립이 여전한 것에 대해, 국악인들은 예상했던 바라고 입을 모은다. 정관에 따라 전 부회장과 상임이사는 이사로 남고 이사들은 그대로다. 회원으로 돌아간 전 이사장 1명만 이사회에서 제외돼 달라지길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복수의 국악인들은 “이사장 1명이 나갔을 뿐이다. 이사장과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이 이사직을 맡기 마련이고 실제로 전 이사장의 지인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기득권을 지키려 할 것”이라며 “전 이사장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소수 있다. 이들이 변화의 시점, 전 이사장 쪽 손을 들어주겠는가. 의지가 있다 한들 수가 적다는 게 맹점이다. 싸움은 예견돼 있었고 청산과 개혁이 험난할 거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송재영 이사장 권한대행은 “원로이사 쪽에서 어떻게 나오든 권한대행으로서 참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제 받아들여라. 엄연히 선출됐고 받아들이지 못해도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 법(가처분신청)의 처분은 기다리면 된다”면서 “임원진을 꾸릴 때 나를 반대하는 이들도 안고 갈 생각이다. 다들 대사습이 잘 되는 걸 바라고 해야 할 일도 많으니 싸움을 멈추고 잘 해보자”고 답했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매년 5,6월경 열리는 전주대사습놀이를 개최하지 못할까,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상 상격유지, 문화재 지정, 익명의 기부까지 잃을까 우려의 시선이 있다. 그럼에도 적폐청산이 급선무라는 게 지배적이다.

국악인들은 2015년 뇌물의혹이 불거지고 당시 심사위원이자 보존회 이사였던 이 씨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대사습의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된 만큼, 이를 계기삼아 관행처럼 여기는 대사습 나아가 국악계의 문제점을 털고 가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먼저는 의결권자로 일련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새로운 시작마저 가로막고 있는 이사들이 전원 사퇴, 새 판을 짜자고 피력했다.

복수의 국악인들은 “대회 몇 번 안 해도 된다. 대통령상 날아가면 또 어떤가. 보존회가 바로서야 경연도 공정해지고 대사습도 명성을 되찾을 것.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미봉책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사람 몇 바꾸는데 그치지 말고 새판을 짜라”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진작 자진사퇴했어야 할 이사진들 이제라도 다 물러나고 운영위든 비상대책위든 꾸려라. 몇 백 년, 몇 천 년을 이어갈 귀한 자산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시장님과 시청 직원들은 기부 받으려고 출장 다니고…대사습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사들은 대체 뭐 하는 거냐. 이런 식이라면 전주시도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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