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라는 개념은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것이었다. 남은 시간 또는 일하다 쉬는 틈을 뜻하는 여가는 하루에서 생리적 필수시간과 노동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다. 그런데 1880년대 이전만 해도 죽도록 일하고 나머지는 생리적 필수시간 즉 수면이나 식사 등에 할애하는 외에 별다

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유한계급들에게는 여가 개념이 살아 있었다. 즉 고대 그리스 시절 여가를 뜻하는 스콜라는 귀족 등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다. 노동은 노

예들에게 맡기고 남아도는 시간을 정치 참여와 철학 탐구, 체육 활동, 연극 감상 등에 썼다. 또 로마시대에 접어들면 역시 지배층들은 아무 것

도 안하는 시간이 많았고 이를 주로 향락에 소모했다. 검투 등 자극적인 경기가 성행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세에는 놀이도 종교에 종속돼

큰 의미가 없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궁정귀족과 상류 시민사회는 사교로 남는 시간을 지새기도 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에 이르자 새로운 계급인 시민이 등장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진 이 계급은 유한 시민이라고 불릴만 했다. 이들은 한편

으로는 일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즐길거리를 찾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소득은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간은 크게 줄었

다. 그 덕분에 누구에게나 여가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1930년대는 여가 활동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였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대중들은 매스 미디어와 대중문화, 프로 스포츠와 관광 등에서 즐거

움을 찾는 게 가능해졌다.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것이다. 대중들은 크게 많아진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메뉴가 많아진 셈이다. 여가활동이라

는 것이 정착하는 시기였고 이후에도 그런 시대적 트렌드는 지속됐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어떨까. 문체부가 엊그제 발표한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여가 시간은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2006년에 평일 3.1시간, 휴일 5.5시간에 달하던 여가 시간은 2016년 평일 3.1시간, 휴일 5.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평일은 같지만 휴일 여가시간

이 감소한 것이다. 또 시간을 보내는 내용을 보면 TV시청이 46.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인터넷과 SNS가 14.4%, 게임이 4.9%, 산책이 4.3% 순이

었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여가의 양과 질 모두 뒤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누군가의 말대로 ‘여가는 있되 여가 문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적

은 여가 시간을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낸다고 할 수 있다. 자기 계발이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여가의 본래 목적이 퇴색한 것 같다. 이제 여

가가 노동을 위한 휴식이 아니고 오히려 여가를 즐기기 위한 노동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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