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은 길고도 험했다. 두 번째 시즌 역시 가시밭길이다.

김현수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새라소타로 출국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입국한 김현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휴식과 개인훈련 등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더욱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반영하듯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국장에 들어선 김현수는 "확실한 것은 내가 아직 주전이 아니라는 거다. 미국에 가면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경쟁을 이겨낸다는 생각으로 떠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1할대 빈타에 시달리자 구단이 마이너리그 강등을 요구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김현수는 시즌 개막전에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시즌 초반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벤치를 달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김현수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김현수는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95경기 중 78경기를 선발로 나왔다.

힘들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김현수는 또 한 번 험난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볼티모어는 최근 선발 요바니 가야르도를 내주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외야수 세스 스미스를 영입했다.

스미스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베테랑으로 지난 시즌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 16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올 시즌 볼티모어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두고 조이 리카드, 세스 스미스, 아네우리 타베라스 등과 경합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볼티모어 구단은 또 다른 외야수를 물색 중이다. 김현수가 출전 기회를 얻으려면 다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지난 시즌 18타수 무안타), 외야 수비 등 보완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구단의 외야수 영입 움직임에 대해 "괜찮다"면서 "팀에서 아직 나를 못 믿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경쟁할 일이 남았으니 어떻게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지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투수 약점에 대해서는 "(과거 KBO리그에서) 좌투수에게 홈런도 쳐봤다. 가서 보여주면 (경기에) 나갈 것이고 작년처럼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키는 내가 쥐고 있다. 야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결국 가서 잘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목표는 따로 없다. 숫자로 정해놓으면 이루지 못할 때 너무 아쉬울 수 있어 따로 정하지 않았다.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믿음을 주고 싶다"며 "확실한 것은 주전이 아니라는 거다. 엄청난 경쟁을 이겨낸다는 생각으로 나간다"고 힘줘 말했다.

김현수에게 올해는 계약 마지막 해다. 대박 계약 또는 국내 리그 유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한 해다.

그는 "매년 중요하다. 계약 1년 남았다고 중요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똑같은 마음가짐이다.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현수는 최근 10년간 열린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해 38경기 타율 0.387, 32타점, 27득점으로 최다 출장, 최고 타율을 올렸다.

하지만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출전을 고사했다.

그는 "정말 WBC에 뛰고 싶었다. 내 바람대로 안 돼 아쉬움이 크다. (김인식) 감독님께도 죄송하다. 그날(11일)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위로하시더라"며 "그래도 저보다 잘하는 대체자들이 뽑혀서 걱정 안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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