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딜타이(Dilthey‧1833~1911)에게 해석자란 ‘저자의 사상의 의도의 표현 즉 텍스트를 다시 체험하기 위해 저자의 지평에 자기 자신을 전이시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비평가나 평론가들이 스스로의 직간접적인 체험을 종합해 다각도로 분석 및 통찰한다. 평론가별 시선의 차이가 있는 건 이 때문.

오경옥이 동인지와 문예지에서 발표했던 것들을 엮은 평론집 <시선, 문학의 숲>에도 그만의 시각이 고스란하다. 한국근대문학과 현대문학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다루지만 주어진 해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가 하면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연관 짓는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 식민지 근대자본주의의 표상을 바라보고 백석의 시로 근원적 존재에 대한 자아정체성을 찾으며 양귀자의 <모순>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대처하는 여성의식을 짚는다. 우석훈 박권일의 <88만 원 세대>와 김영하의 <퀴즈쇼>는 위기의 시대, 20대의 민낯을 조명한다.

김동인의 <감자>에 대해서는 ‘물질과 향락을 소유한 지배계층과 힘없는 식민지 치하 백성 등 궁핍하고 피폐한 사회구조의 전형’이라고 명명한다.

나아가 “현대판 제2의 복녀가 있고 왕서방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요 정부나 지자체,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과제가 아니겠는가”라며 “환경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해 주체적인 삶과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냉철한 시선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실 출생으로 군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마쳤다. 1997년 월간 <문학 21>에서 시 <겨울강가에서> 외 2편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시, 수필, 평론을 다수 발표했다. 군산문협 사무국장을 지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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