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과 구정을 거쳐 비로소 새해를 맞았으나 정국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즐겁고 감사히 감당해야 하는 게 인생 아닐까. 절망 속 희망을 말하는 닭전이 한창이다.

(재)익산문화재단(이사장 정헌율)이 운영하는 솜리골 작은 미술관은 정유년 새해 ‘닭장파티’전을 진행한다.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체험 프로그램 ‘정유년 소원을 말해봐’에서 만든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 소원 등은 재단 입구에서 미술관까지 설치되고 소원 복주머니와 소원 닭 조형물은 전시장 내 마련돼, 새해 소망이 깃들고 건강과 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작가로는 한순애 정강희 전종규 이종철이 함께했다.

전시가 시작되는 3일 오후 5시에는 닭장파티 행사가 열린다. 새해 지신밟기처럼 주민들과 아이들이 닭 날개 의상과 닭벼슬 모자를 쓰고 거리를 행진하는 퍼포먼스 ‘닭의 행진’을 시작으로 소원DJ와 함께하는 ‘푸닭거리 댄스타임’ ‘소원은 전파를 타고’, 닭요리를 함께 즐기는 ‘닭다리 잡고 뜯어’ 등이 잇따른다.

기간 중에는 관람객들에게 복권이 들어 있는 복주머니를 제공(매일 한정 수량으로 선착순 배포)한다. 복권을 빼내고 남은 소원 복주머니에 소원을 적어 넣어 설치, 자연스레 참여케 한다.

기획자 김은미는 “방문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전시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개념을 실현시키고, 일상생활에서 미적체험이 즐거움으로 다가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3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숨(관장 정소영)은 구정 무렵 개최해 온 정기 테마기획전 ‘The year of the rooster’를 이어간다.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로 신년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2017년(정유년)에는 닭으로 세월호, 국정농단, 블랙리스트를 거쳐 탄핵에 이른 시국을 풍자하는 한편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놔서는 안 되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이는 8명의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4칸 만화 형식으로 구현한다. 그 때 그 시절 신문 모퉁이 자리했던 만평의 부활은 반갑지만 허를 찌르면서도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특성은 더더욱 반갑다.

참여작가 중 김완은 온 나라를 우울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블랙리스트와 관련, 일부 국민들을 이용하는 등 우리나라 최고 권력의 두꺼운 얼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염정민은 새벽을 기다리며 닭 모가지를 비틀고 싶은 심정으로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닭을 완성했다. 안슬기도 부정부패와 세월호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를 닭으로 대신했다.

김민준은 420년 전 오늘처럼 모든 이의 마음속에 영웅이 피어나고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유선정은 원숭이와 닭을 통해 가는 2016년과 새로운 2017년을 보여주고 한소민은 붉은 닭 위 검정 글씨를 배치해 소망을 피력한다.

정소영 관장은 “작가들은 어지러운 시국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새해에 대한 기대를 각 유머로 표현한다. 웃을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웃음으로써 어려움들을 몰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6일부터 25일까지./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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