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모슈라는 IT산업의 시대를 모두 네 단계로 구분했다. 먼저 초기는 시스템 시대로 기업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개인들이 PC 사용을 일반화하는 시기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 기업들이 가졌던 성능의 컴퓨터를 개인들이 모두 갖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네트워크 시대다. 인터넷 보급으로 전 세계 컴퓨터가 통신 인프라로 연결됐다. 마지막 단계는 콘텐츠 시대다. 강력한 통신 인프라를 토대로 한 컨텐츠 서비스가 IT산업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은 어느 단계일까. 모슈라는 네트워크 시대의 완성과 함께 콘텐츠 시대로의 진입이 막 이뤄지는 시기라고 보았다.
  콘텐츠 시대의 특징은 이렇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는 층은 고객이다. 또 이 사회의 리더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시장 규모는 거의 무한정으로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컨텐츠라는 것이 인터넷이나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내용물이라는 정의에 입각하면 사실 그 영역은 무한대다.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콘텐츠라고 보아 무방하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산업을 흔히 창조산업이라고 부른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그 구체적 범주를 음악, 공연, 미술, 공예, 건축, 디자인, 출판, 방송, 광고, 영화, 게임, 패션, 소프트웨어 등 13개 분야로 제시했다. 창조산업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산업적 측면으로 돈벌이가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소통 수단 즉 하나의 문화전달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콘텐츠 산업은 이제 시대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력 산업의 지위에 섰다.
  사드 배치로 우리나라와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한국문화와의 교류를 막는 한한령을 발동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얼마 전 끝난 방송 드라마 ‘도깨비’가 중국 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도깨비가 공식 금지된 콘텐츠임에도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30억 뷰를 돌파했다. 해적판 동영상이 성행하고 관영언론까지 나서 ‘왜 중국에는 공유와 같은 배우가 없느냐’고 한탄할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창조산업의 시장규모는 2012년 기준 1500조원을 넘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중문화 유통을 막는다 해도 그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한한령의 벽을 뚫는 위력을 보면 콘텐츠의 힘을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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