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에 이어 전북 정읍과 경기 연천으로 확산된 구제역으로 12개 농장에서 불과4일만에 모두 826마리의 젖소와 한우가 살 처분 매몰됐다. 이 가운데 구제역이 발병되지 않았는데도 인접 9개 농장 472마리가 예방 차원서 살 처분됐다고 한다.
  무려 3백53만 마리의 대량 살 처분으로 2조8천700억 원의 정부 재정이 투입돼 일대 재앙으로 기록됐던 2010~11년 구제역 파동의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겨울 동안의 AI 재난에 뒤이은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재앙의 되풀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구제역 발생과 사태의 진전이 그때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전염 경로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둥대는 것도 그렇고 백신 접촉 등 그간의 방역대책도 허술하기가 그지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농장은 물론 일정 구역 내 가축들을 무작정 살 처분 매몰하는 주먹구구 사후 대응도 달라진 것이 없다.
  축산 당국은 그간 전국 소 사육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평균 97.5%라고 밝혀왔다. 항체 형성률이 80% 이하일 때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거의 없다고 했다. 백신 구입 등에 혈세 1천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소들의 항체 형성률이 불과 19%와 5%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축산 당국이 막대한 예산을 들인 백신 접종 등 사전 방역대책이 현장서 겉돌아왔던 것이다.
  백신 접종 등 사전 방역이 헛돌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국의 탁상행정에 축산 농가들의 모럴해저드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접종 자체가 까다롭고 비용이 드는데다 착유량 감소와 품질 저하에 증체율까지 떨어져 이를 기피하거나 태만 한다는 것이다. 발병 후 살 처분 매몰돼도 100% 가까운 보상으로 크게 손해 볼 것도 없다.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탁상 방역과 주먹구구 대응은 그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축전염병에 대한 축산 당국의 대책과 대응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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