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전주대사습놀이가 예년 수준의 국비를 확보한 데 대해 도내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사위원 비리부터 집행부인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의 법정다툼까지 전주대사습놀이(이하 대사습)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직 안정화 수단 중 하나인 예산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다. 지자체인 전북도와 전주시는 예산에 단서를 붙인 반면 정부는 작년과 똑같은 금액을 편성하는데 그쳤다.
  9일 주관처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개한 ‘2017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 심의결과에 따르면 전북의 전주대사습놀이는 작년과 동일한 2억 원을 받는다. 전북도비 1억 5천만 원, 전주시비 1억 5천만 원까지 더해 굵직한 예산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국비에 대한 도 국악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심사비리가 불거지고 개선방안 마련과 임원 사퇴를 통해 정상화되나 싶더니, 이내 이사장 대행 선출 건으로 이사들 간 갈등을 빚고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내홍이 끊이지 않는 대사습.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행정기관이라도 나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전북도와 전주시는 보존회가 개선되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고수하고 있다. 심사위원 뇌물의혹 관련해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자진사퇴를 내걸었고, 보존회 내부갈등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비가 의아한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 국악 관계자는 “돈이 없으면 누가 뭘 한들 대회를 못 치르기 때문에 집행부에게 예산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지자체도 그런 맥락에서, 대사습 정화를 위해 조건부 승인한 거 아니냐”라며 “헌데 국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다. 자체적으로 수습할 기회를 줬지만 해결하지 못해, 지자체와 힘을 합쳐 행정적으로 제한해도 모자랄 이 시점에 말이다. 무슨 정보를 가지고 어떤 고민을 거쳐 결정했는지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국비를 시나 도에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지방비 매칭과 광역자치단체 공모를 전제로 한다. 또한 전북도를 통해 대사습으로 가기 때문에 시기를 늦추는 식의 재량은 있다. 허나 집행권한은 없어 대사습이 새로운 국면을 맞지 못해 시‧도비를 안 줘도 국비는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의 경우 지역의 독창적 문화예술육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단순경연은 지원하지 않으며 경연과 공연 병행 시 가급적 공연에 투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예술위와 심의위원들은 대사습에서 일어난 비리를 파악했고 심사 시 언급도 했다. 그러나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벌적 개념으로 예산을 삭감하거나 선정에서 배제하긴 어려웠다. 사업계획과 전년도 평가결과를 토대로 했다”면서 “지자체에서 조건을 내걸었다는 정보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보존회는 11일 ‘2017년 전주대사습놀이’ 운영 관련해 이사회를 갖는다. 올해 대회를 할지, 말지에 대한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보존회가 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는 바, 하루 빨리 책임을 통감하고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수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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