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겨울은 우리나라 대중 음악사에서 기억할 만한 이벤트가 벌어진 시기였다. 인디음악의 일대 변혁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막 태동한 인디음악 밴드들은 옴니버스 앨범 ‘로커딕’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모두 만화영화 주제곡들을 담았는데 보컬들의 기계적 음성과 일렉트릭 기타의 강력한 사운드가 독창적이었다. 노래의 원질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고유의 음악성을 살려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 앨범은 어린이 노래 차원을 벗어나 어른들에게까지 동심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사실 그 이전 우리나라 인디 음악은 광란에 가까운데다 새로운 유흥음악 정도의 인식이 있었다. 구미 펑크 음악에 기원을 둔 인디 음악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좀 괴상스럽게 변했다. 1994년 홍대 앞 펑크록 클럽 ‘드럭’에서 태동한 인디 음악은 2년 후 음반이 제작됨으로써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렇지만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듯한 창법에 귀가 따가울 정도의 밴드 연주가 대중들의 흥미를 잃게 만들고만 것이다.
  따라서 ‘로커딕’에 대한 호감도 오래 가지 않았다. 인디 음악과 대중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러는 사이 주류 대중음악계는 대형기획사들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아이돌 그룹을 내세운 대형기획사들은 칼 군무나 흥겨운 비트, 통속적 가사 등을 통해 아이돌을 대중문화의 총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대중가요계는 아이돌 아니면 행세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런 구도를 깬 게 바로 2000년대 이후의 인디 음악이다. 이는 순전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 컸다. 저비용 홈 레코딩이 가능해지고 인터넷을 통한 음원 유포도 손쉬워지자 인디 음악은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인디 음악은 대중음악의 상업적 코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볼빨간 사춘기, 악동 뮤지션 등 인디 밴드들이 신곡 발매 때마다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플하면서도 가벼운 음악이 주는 신선함에 대중들이 주목하고 있다. 서서히 인디 뮤지션이 주류가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인디는 배고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구미에서 그랬듯 인디 뮤지션들이 주류 음악의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 틈새의 메인화 현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어쨌든 좋은 일이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들의 춤과 노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일이다. 다만 잘 나가다 보면 인디 본연의 자세를 잃고 너무 상업화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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