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선을 대변하지 못했던 음악을 전면 교체하고 복잡한 구조를 풀어내는 등 문제점 위주로 보완한 ‘나운규, 아리랑 시즌2’.

기존의 탄탄한 짜임새에 쉽고 친절한 음악과 대사를 더해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창극으로 거듭났다. 예술가의 고뇌의 슬픔이라는 주제의식이 반감된 건 아쉽다는 지적이다.

10일 시연회로 만난 국립민속국악원 브랜드창극 ‘나운규, 아리랑 시즌 2’는 지난해 9월 초연에서의 지적 사안을 고려,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작곡가를 영입해 곡을 다시 만들었다.

대사와 장면을 떠나 음악만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아리랑을 감정에 맞게 배치했다. 실제로 선율만으로 흐름을 좇을 수 있었고 장면과도 조화로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판소리 어법에 충실한 눈대목이 적은 건 아쉽지만 창극의 영역확대와 음악적 완성도라는 측면에선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구조의 경우 영화감독 나운규의 도플갱어인 창극배우 나운규가 창극으로 재현된 영화 ‘아리랑’에 변사로 출연하는 가운데 나운규의 과거와 현재, 창극을 오가는 틀 그대로다. 여기에 연계성을 강화하고 설명을 더했다.

영화감독 나운규와 창극배우 나운규, ‘아리랑’의 주인공 최영진이 동일선상에 있음을 선명히 보여주는데 창극배우 나운규가 가족을 버린 지난날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최영진이 살인을 저지른 후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는 부분이 그렇다. 어느 쪽을 보든 감정이나 분위기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창극의 천재야’ ‘마치 나운규처럼 인생도 똑같이 굴러가네’ 같은 대사도 이해를 돕는다.

요소별 변화들이 맞물려 기존 전통공연과는 차별화된, 어느 정도의 대중성과 친절함을 갖춘 ‘브랜드창극’이 완성됐다. 시즌1 공연이 끝나자마자 일정 수준 이상의 시즌 2 공연을 발 빠르게 마련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반면 초연 당시 짙게 드리워진 예술가의 지난한 삶은 다소 얕았다. 창극 ‘아리랑’ 속 윤현구와 최영희의 비중을 늘리고 음악 특히 아리랑을 빈틈없이 배치하다보니 정작 말하고자 했던 예술가의 인생과 예술의 의미가 와 닿지 못했다는 것. 감동이 덜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문화예술인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작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 하지만 아리랑과 나운규 사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음악이 좋긴 하지만 너무 빽빽해 극의 정서를 극대화하는 걸 넘어 극을 앞서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만큼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수정, 보완하면서 레퍼토리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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