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한 장면이다.
  한 학생이 시를 낭송한다.
  “시간은 언제나 말없이 흐르고 / 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 내일이면 시들어버릴 것이다 /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그러자 키팅 선생이 다시 한 번 마지막 구절을 읊은 다음 학생들에게 묻는다.
  “이 같은 감정을 라틴어로 카르페디엠이라고 한다. 그 뜻을 아는 사람?”
  그러자 라틴어를 잘 아는 믹스가 손을 들었다.
  “‘오늘을 즐겨라’입니다.”
  "그래 맞았다. 이름은?“
  “스티븐 믹스입니다.”
  “믹스, 오늘을 즐겨라”
  이 영화는 대학입시에만 매달리는 현대 교육제도의 맹점을 비판한 영화다.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입시 때문에 자유를 말살당한 학생들이 키팅이라는 의식 있는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나름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 대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바로 카르페디엠이다.
  카르페디엠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과거와 미래에 구속되지 말고 오로지 확실한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다.
  그 카르페디엠이 요즘 핫 트렌드로 힘을 얻고 있다. 바로 욜로(YOLO)족의 등장이다. 욜로는 영문으로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의 첫 글자만 모은 용어다.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살자는 것이니 카르페디엠과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자는 태도를 취한다.
  특히 문화계에서는 1인 관객이나 여러 번 공연이나 영화를 관람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1인 관객은 2015년 기준 전체 영화관객의 13.5%로 2010년 4.8%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반복 관람객도 2년 새 20%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의 배경에는 N포 세대의 비애가 자리하고 있다. 취업난 등으로 상실감과 무기력증, 고립감과 같은 내적 불안이 커가고 이에 비례해 미래 보다는 당장 오늘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니 마냥 환영할 일도 아닌 것 같다. 한번 뿐인 인생 즐기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설계하는 전향적 태도도 잃어서는 안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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