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에 발라 손상을 막고 광택을 내는 데 쓰이는 기법 ‘옻칠’이 예술의 영역에 접어든 건 이미 오래다. 15일부터 2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스물일곱 번째 개인전을 여는 안덕춘 작가도 입체와 평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옻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시에는 목기, 칠기, 건칠작 등 생활용기로 쓰이는 입체작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순수한 오방색을 토대로 단색을 띤 칠 그림을 더한다. 기본재료에 천이나 종이를 붙인 뒤 칠하기를 반복하는 방식.

칠 그림의 경우 순수 추상형식이다. 칠의 안료들이 부딪치고 반응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전통적인 옻칠은 묵직하고 가라앉아 보이며 합성칠은 발색이 가벼우나 다양한 편인데, 작가는 두 재료를 혼용하고 있다.

한 면을 단색 혹은 색상 분할로 구현하고 색상분할 위 선을 내 이중적 느낌을 자아낸다. 복잡한 내면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만의 기법으로 풀어내, 과거의 옻칠과 현대인의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 칠하고 또 칠하는 지난한 작업이 빠르고 효율적인 것들에 길들여진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는 이유다.

중앙대 예술대학 공예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일본 가나자와 시립미술공예대학 미술공예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중앙공예가회 회장, 전북공예가협회 이사장, 한국칠예가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주대 문화융합대학 리빙디자인&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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