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이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오곡밥을 지어먹고, 귀밝이술과 나물, 부럼을 먹으면서 질병과 재액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기원하였다. 
달은 보통 보름달, 반달, 초승달의 모양으로 우리 눈에 비춰진다. 달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지만 태양빛에 의해 보름달, 반달, 초승달의 모습으로 보인다. 태양빛에 현혹되어 달이 여러 가지 모양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판단하면 본질을 못 보고 겉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게 된다.

외모지상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간의 우열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 또는 사회풍조를 말한다. 인간의 안목이란 겉모습과 보이는 행동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멋져 보이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거나 호의적으로 대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일수록 첫인상이라 일컬어지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화장을 짙게 하고 노출을 심하게 하고 심지어 얼굴을 수술하기까지 한다.

2000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에도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져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뿐 아니라 초?중?고등학생까지 치료 목적이 아니라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을 하고 있다. 성형수술이 성행함에 따라 의학 분야의 기형화를 초래하였고,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만도와 상관없이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다이어트 강박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인 병리현상에 빠져있다.

요즘 대통령 탄핵정국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 또는 전문가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된 영입대상이다. 인재를 영입하려는 사람이나 집단은 겉으로 드러난 스펙이나 경력과 그 사람이 보이는 행동만으로 영입 대상을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상 인재라고 영입해 놓고 보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들을 한 사람이어서 그러한 사람을 영입한 사람들은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이유는 평소 인재발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고, 투명하지 못한 비선조직에 의한 인재추천과 조급하게 인재를 영입하려는 조급증이 빚어낸 결과이다.

안목이란 겉과 속을 가려보는 능력이다. 최근 안목이 탁월하여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극작가가 있다.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드라마 대본을 쓴 김은숙 작가이다. 드라마 작가들은 글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우를 보는 안목도 중요하다. 작가는 배우에게 캐릭터를 잘 입혀야 하지만 배우도 그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어야만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은숙 작가는 송중기라는 배우를 발굴하여 ‘태양의 후예’라는 작품을 만들어 냈고, 공유라는 배우를 캐스팅하여 ‘도깨비’라는 명작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김은숙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잘 맞는 배우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이는 1574년(선조 7년)에 저술한 ?만언봉사(萬言封事)?에서 “정치는 시세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일은 실제로 그 일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를 하면서 시의(時宜)를 알지 못하면 정치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시의란 때를 맞춰서 법을 만들고 백성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시대 상황에 적합한 제도와 법을 만들어 백성의 삶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세상을 보는 안목,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안목이 없는 세상에 누가 안목 있는 대통령 후보감인지 냉철히 분석하고 선택해야 하는 부담이 국민들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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