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는 소설가이자 생화학 전공의 과학자다. 영미권에서는 SF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199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500여권에 달하는 저작을 남겼다. 그의 관심영역은 매우 넓어서 철학과 심리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쓴 ‘로봇’과 ‘파운데이션’ 시리즈물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많이 읽히는 명작이다.
  로봇에 대한 그의 선구적 업적은 대단하다. 로봇 공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그는 로봇의 3원칙이라는 것을 세워 오늘날까지도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그 원칙이란 첫째, 로봇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둘째,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셋째, 로봇은 스스로의 존재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면서 이 같은 아시모프의 원칙은 새삼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서구에서는 과학의 대중화가 일반화돼 있다.
  그 전통은 멀리 19세기 영국과 프랑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자들은 박물관 설립을 비롯해 순회 과학강연, 과학 잡지와 신문의 발행, 과학 전시회와 전람회 개최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렸다. 어려운 과학의 내용들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1990년대 이후에도 과학자들은 일반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 그것을 이해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렇게 과학이 대중화 되면 대중들은 합리성과 객관성 있는 사고 능력을 갖게 되고 나아가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인식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젊은 유전과학자 5명이 ‘벌레의 마음’이라는 대중과학서를 출판해 화제다. 이 책은 서울대 유전과 발생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이 펴낸 것으로 예쁜 꼬마선충이라는 작은 벌레를 모델 삼아 생명의 비밀을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책이 한 생명체가 가진 마음의 물적 토대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에 큰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과학 대중화는 아직 먼 길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적고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도 옅은 편이다. 아시모프와 같은 SF 소설가이든 아니면 과학자들이든 간에 과학문화활동에 나서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과학이 지금 떠안고 있는 숙제는 질병 퇴치과 자원 고갈, 환경파괴 등 허다하다. 이런 마당에 과학이 대중들 모두에 생활화 되어야만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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