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기념물 330호이자 멸종 위기종 1급인 수달은 외견상 족제비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몸체는 수중 생활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됐다. 우선 몸 전체가 유선형이어서 수영하기에 딱 알맞다. 머리도 원형이고 코는 둥글며 귀도 짧아서 털 속에 묻혀 있다. 꼬리는 길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입 주변에는 수염이 길게 자라나 안테나와 같은 기능을 한다.
  먹이는 주로 어류이지만 가물치나 미꾸라지 등 비늘이 없거나 적은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개구리나 갑각류를 먹기도 하는 데 하루 식사량이 750-1500g으로 많은 편이다. 한 식구는 보통 4-5마리 정도인데 일종의 핵가족 형태를 갖추고 있다.
  수달은 매우 흥미로운 동물이다. 매우 영민한데다 외모도 귀여워 아주 오래 전부터 수달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대단했다. 수달을 둘러싼 설화가 유독 많은 것이 그 증좌다.
  먼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수달은 모정의 화신이다. 혜통 대사가 아직 속인일 때 그는 남산 밑 시냇가에서 수달을 잡아 허기를 때웠다. 먹고 난 뼈를 아무렇게나 버렸는데 낮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 뼈가 다 사라졌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발자국을 따라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뼈만 남은 수달 어미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있었다. 결국 혜통은 출가했고 후일 도가 높은 고승이 됐다.
 효자에 얽힌 설화도 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간병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승려가 와서 잉어를 먹으면 낫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침 겨울이어서 잉어를 잡지 못해 낙심하던 그에게 수달이 와서 잉어를 던져주었다. 잉어를 다려먹은 어머니는 이내 건강을 되찾았다.
  이처럼 인간에게 친숙한 수달을 잡아먹은 농민이 있어 뉴스가 됐다. 농민 오모씨는 남원 인월의 한 하천에서 수달을 공기총으로 쏴 잡은 뒤 자신의 창고에서 구워먹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수달이 천연기념물인지 알면서도 호기심에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야생동물 보호법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달은 인간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의 무지 탓으로 서식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개발사업과 하천 오염에다 로드킬 위험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 판국에 잡아먹는 사람까지 등장했으니 수달로서는 살 길이 막막한 셈이다. 자연보호와 생명 존중 의식이 이렇게 희박해서야 어찌 선진국을 자처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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