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예방주사라고 부르는 백신을 처음 만든 사람은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다. 그는 1796년 죽음의 병이라고 일컫는 천연두 예방을 위해 백신을 개발했다. 그가 착안한 것은 농부들 사이에 널리 퍼진 ‘우두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었다. 이에 그는 우유를 짜는 여인의 종기 고름을 채취해 8살 소년의 몸에 주입했다. 그러자 시술을 받은 소년은 가벼운 증상을 앓고 난 뒤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긴 것이다.
  이를 더욱 일반화 시킨 이는 파스퇴르다. 그는 백신에 대해 “새로운 과학이 탄생했다. 그것은 독성이 있는 전염병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진정한 혁명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천연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전염병에도 이 개념을 적용했다. 백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사람도 바로 파스퇴르다. 백신은 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용어다.
  두 과학자의 기여로 지구상에서 쳔연두는 점차 사라져 1960년대에는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천연두 이외에도 소아마비, 결핵 등 다양한 전염병에 백신은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백신 기술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보유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온 게 백신주권이라는 개념이다. 2004년 영국 백신제조업체 카이론사가 생산라인 감염을 이유로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자 미국에서 값이 뛰고 각 병원에서는 도난 사건까지 일어난 것이 좋은 예다. 미국도 이 사태를 당한 뒤 부랴부랴 백신개발에 나서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니까 백신 주권이란 국내에서 백신을 비롯한 필수 의약품을 생산하고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백신 문제가 이슈가 됐다. 소나 돼지에게 예방주사를 맞혀야 하는 데 O+A형 백신이 미처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형의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냥 보고만 있어야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서둘러 해외 공급사에 수입을 요청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보도다. 자체 생산능력이 없는 다시 말해 백신주권을 세우지 못한 나라가 겪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각계에서는 백신 종속국으로 전락한 우리나라 처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이하게 수입에만 의존하는 당국의 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걸핏하면 백신 파동이 일어난다. 국내 기술 개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데 해외에 의존하다 된서리를 맞곤 한다. 구제역 백신 파동은 하나의 경고다. 그 신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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