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555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25일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앞두고 한 언론사가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논리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논리를 눌렀다고 하는 게 요점이다. 필자는 정치논리는 정치논리대로 대응해야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 경제논리에 부합한다고 본다. 지역균형발전이 곧 전체적인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경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도 신설하는 계획도시에 걸맞게 세계 금융 중심지로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금융 중심지가 처음부터 중심지로서 여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전을 계기로 기금운용본부의 조기 정착과 금융 중심지로서 전주 혁신도시의 성공조건을 갖추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부와 국민연금공단, 전라북도, 전주시 등 정책당국이 우려스러운 점들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에 덧붙인다면 스위스 취리히(Zurich)처럼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느끼겠지만 취리히는 전주처럼 호반의 도시로서 금융활동과 학문연구에 아주 적합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사실 필자도 취리히 같은 도시라면 이주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다. 그러한 생태와 역사적 문화적 조건들을 우리 전라북도와 전주는 갖추고 있다. 만경여택(萬頃麗澤)에 걸맞게 혁신도시 주변에는 아름다운 호수들이 즐비하다. 또 전라북도는 익산과 부안, 김제가 백제의 왕도였으며, 전주는 견훤백제의 왕도였고, 전주는 조선 왕조의 발상지이다. 마땅히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 지정학적 기반을 갖춘 게 아닌가?
  문제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우선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도 5시간이 아니라 KTX를 활용하면 2시간 정도면 서울을 왕복할 수 있다. 그러나 KTX 운행횟수를 늘리고, 혁신도시에 역사를 신설해야 한다. 영종도 공항에서 혁신도시,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KTX 노선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새만금국제공항도 조기에 착공하도록 해야 한다. 전라북도가 추진하려고 하는 ‘연기금 특화 금융타운’도 곧바로 완공해야 할 것이다. ICT 네트워크 기반을 세계 최첨단으로 구축해줘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고객이자 동반자인 해외금융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이 원하는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킬 대형쇼핑몰과 호텔, 컨벤션 센터 등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해 동네 상권 보호 등의 논리를 들이댈 틈이 있겠는가? 이를 갖추지 않으면 세계적 금융도시로 비약하려는 우리의 꿈은 멀어질 것이다. 이와 함께 도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연과 전시 등 문화공간을 세계적 수준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하고, 세계의 내로라하는 금융회사와 금융인들이 전주에 와서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그들이 전주를 먼저 찾을 것이다.
  일부 진영에서는 앞서 얘기한 대로 효율성과 경제논리를 앞세워 기금운용본부를 서울에 존치시켜야 한다고 발목을 잡아왔다. 그래서 전라북도는 전주 이전을 대통령 공약에 포함시키고, 법률에도 규정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 진영에 요구하고 싶다. 진정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전주 혁신도시에서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LH공사를 빼앗아 간 지역은 과연 전주보다 여건이 나았는지 되묻고 싶다. 이에 대해서 그들은 침묵한다. 기금운용본부의 일부 직원들이 이전에 앞서 사표를 냈다고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이 지역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게 했다면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이에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 전주 혁신도시에서 근무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자랑거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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