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쯤 됐을까.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만큼 사랑받고픈 욕구도 큰 사춘기 소년은 사람들이 퇴근할 무렵, 사랑이 고프다. 어김없이 집으로 향하지만 들어갈 순 없다. 나를 보듬어줄 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으므로. 창문 너머 집안을 들여다보면 불빛이, 사람이 보인다. 소리도 들린다. 한참을 서성이다 혼자 머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진가 성창호는 2014년 첫 개인전부터 자신의 삶을 직시했다. 애써 감추며 개념과 생각을 표현하려 했지만 피할 길은 없었고 꼬이기 일쑤였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를 맞은 어린 날의 기억 아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끄집어내고자 당시로 돌아간 건 이때부터다.

‘The Space(공간)’라는 제목을 걸고 고향 전주와 프랑스 파리를 조명했다. 28일부터 3월 5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여는 세 번째 개인전 ‘The Space-그 곳, 제주’는 그 완결판이다.

제주도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여유로움만 더했을 뿐 어스름이 시작되는 시간, 담 너머나 골목 어귀 오래된 집 앞에 서 있는 소년은 그대로다. 어차피 못 들어가 등장조차 하지 않는 대문은 저릿하지만 어둠 속 환히 비추는 빛은 따스하다. 스스로에게, 누군가에게 전하는 희망 아닐까.

작가는 “나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잘 추슬렀으니 밝고 예쁜 것들을 다뤄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A대표, 현대사진영상학회 정회원, 서남대 초빙교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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