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경제 운용에 있어서 중요한 정책을 채택했다. 바로 부자감세 정책이다. 세수 감소라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이 조치는 부자들의 지갑을 두둑히 해줘 그로인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대기업과 부자가 더 많은 경제적 여유를 가지면 더 많이 소비와 투자를 할 것이고 그 덕에 전체 경제가 활력을 띠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세수 감소로 재정난에 몰린 정부는 각종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대폭 줄였고 그 탓에 저소득층의 생활을 더욱 빠듯해졌다. 그 뿐 아니라 기대했던 부자나 대기업들의 지출 투자도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는 거의 없고 빈부격차만 확대했다고 낮은 점수를 주었다.
  부자감세와 같은 정책의 이론적 근거는 바로 낙수효과다. 낙수 효과는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소득이 증대되면 더 많은 소비와 투자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되고 자연히 국내총생산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 또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까지 골고루 돌아가 사회 양극화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이 차면 주변으로 흘러넘친다는 뜻에서 낙수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역시 개발연대에는 이 효과를 누렸다.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전략이 고도성장기에는 잘 먹혀들어 전반적으로 경기도 좋아지고 국민소득도 올라갔다. 그렇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낙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실상이 또 다시 확인됐다. 중소기업 연구원이 며칠 전 발표한 ‘낙수 효과에 관한 통계적 분석’에 의하면 대기업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으로 흘러 선순환 된다는 이론은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매출이 1% 늘어나면 1차 협력사 매출은 0.562% 늘어난 반면 2차 협력사는 0.07%, 3차 협력사는 겨우 0.0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마디로 대기업 성장으로 인한 중소기업 활성화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낙수 효과 반대말로 분수효과가 있다. 분수효과란 물을 밑에서 위로 끌어올리는 분수처럼 저소득층을 지원함으로써 전반적인 경기부양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결론은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 올인 보다는 활력 있는 중소기업 다수가 중심이 되는 경제시스템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낙수효과 보다는 분수효과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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