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가금류 농가서 또 다시 5만여 마리가 살 처분되는 등 아직 재연 우려가 종식되지는 않았으나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닫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우제류 구제역 파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 같다.
  발생 한 달여 만에 3천2백여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 처분해 3천여억 원의 피해를 남긴 AI에 겹쳐 발생 4일 만에 1천여 마리의 우제류를 매몰 처분한 구제역 파동은 축산 농가는 물론 국가에도 재앙이 아닐 수 없다.
  AI와 구제역 파동이 이대로 종식될는지, 아니면 또 다시 재연되어 파동이 이어질는지는 아직은 예단이 어려울 것 같다. 봄철이 되어 철새 이동이 끝나고 기온이 상승하면 이들 가축 전염병은 자연 소멸되고 종식되는 게 그간의 경험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파동이 종식된다고 해서 AI 구제역 재앙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있다.
  2000년에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하고 2003년에는 AI가 처음 발생한 뒤 해를 거르며 반복적으로 발생해 축산 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음은 물론 방역과 피해 보상에 나선 정부에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강요돼왔다.
  AI로만 피해 보상금과 생계지원금 그리고 방역비 등으로 지출된 재정이 1조원에 가깝고 2010~11년 두 차례 2조9천억 원 등 구제역만으로 3조4천억 원의 재정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축산 당국은 AI와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차별 살 처분과 대규모 매몰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식만을 반복해왔다. 그러다가 봄철 병원균의 자연 소멸로 더 이상의 발생이 없으면 손 털고 잊고 있다가 다시 발생하면 또 다시 살 처분 매몰만 되풀이해오고 있다. 그로인한 막대한 재정지출은 아랑곳없는 것 같다.
  같은 시기, AI가 발생했으나 우리의 30분의 1 규모 피해로 사태를 종식시킨 일본을 살펴보고 온 정부 TF팀이 우리의 밀식사육 축산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금류의 케이지나 우제류의 스톨 사육 등 밀식사육으로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데다가 일정 지역 내에 축사가 밀집되어 전염병 확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축산 관행과 방식의 전면적 개편 등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