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강소농에게 배운다
- 강소농 공동체, 쉼영농조합

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특히, '강소농'은 민박, 체험, 농산업, IT, 유통, 수출, 마케팅, 교육, 예술활동 등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이 결합해 만드는 융복합 부문에서의 창업도 선도하고 있다. 이에 '강소농'이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

◆고창군 쉼영농조합법인

쉼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5년 고창군 강소농 7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애초 경쟁력이 강했던 이들 회원 모임은 여타 농가에 비해 더 많은 기술과 정보로 빠르게 법인 안정화를 이뤄냈다.
이후 이들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농가에게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해 혜택을 나눠주기 위해 추가로 회원을 모집했다.
규모가 작거나 경력이 짧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역농가 및 귀농귀촌인들 30여농가가 참여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귀촌 창업을 쉽게 성공했던 초기 회원들은 귀촌했지만 지속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농산어촌에서 일거리를 창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도 제안한다.
경험이 없었던 귀촌 초보자들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귀촌 창업을 성공해 지역사회에 안착하게 되고, 쉼영농조합은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더욱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닦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다.

◆'강소농'으로부터 시작된다.

쉼영농조합은 스스로 규모화를 이뤄내는 법인이자 귀농귀촌 미숙자들을 도와주는 법인이기도 하다.
초대 쉼영농조합 대표를 맡았던 김춘범씨(47)를 비롯, 현재의 장연희 대표(48)와 전희진(43), 표정민(43) 회원 등 강소농업을 이룬 농가들이 후속 농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소규모 농장에서 가공 및 판매까지 담당하는 게 힘들었던 초창기 회원들이 같은 뜻으로 모이면서 각종 농촌체험프로그램 참여와 함께 홍보 및 매출 증대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후, 김춘범 이사(화훼농가)가 귀농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교육을 시작하면서, 7명의 강소농 이사가 모인 '쉼영농조합법인'을 만들기에 이른다.
소규모 농가 및 귀촌 초보자들은 개별 상품을 공개적으로 선보이거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나 여건이 부족함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쉼영농조합은 체험관광네트워크을 구축해 공동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7명의 이사들이 회원들을 교육한 후, 공동사업에 참여토록 해 서로의 실패확률을 줄였다.
쉼영농조합법인 장연희 대표는 "농촌 소농가 중 도시에서 실패한 경험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새로운 분야에 들어와 행정절차에서부터 제품 생산, 인증, 판매, 홍보까지 맡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면서 "결국, 이들의 필요한 부분과 우리의 장점이 맞닿아 성공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치유형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

쉼영농조합법인이 주목한 것은 농촌 6차산업이다.
대부분이 귀촌자인 초기 회원들은 정부 주요정책인 6차산업에 주목했고, 농장 및 가공사업장, 주변환경 체험 등 고창군 내 농촌체험관광을 네트워킹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어 다년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고창군 전봉준로 208번지에 쉼영농조합법인 센터 132㎡(40평), 온실 체험장 283㎡(86평), 치유농가레스토랑 99㎡(30평) 등을 세웠다.
아울러 농가 생산품 소비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줄 식품 개발에 집중했고, 체험농장 연계한 가공사업장, 로컬푸드직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1차 농산물 생산농가 회원 13명이 복분자, 블루베리, 아로니아, 땅콩, 메론, 고구마 등을 생산하고, 더욱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2차 가공품 아로니아 음료 2종과 과자류, 요구르트 등을 생산한다.
최종적으로 모든 회원농가들이 3차 치유형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치유음식 개발 및 상품화에 노력한다.
특히, 주력사업은 농산물 유통, 농가 레스토랑 운영, 체험관광 등이지만, 쉼영농조합법인은 고창군만의 특색을 살려 치유건강식단을 개발하고 치유형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쉼영농조합은 이러한 치유형 6차산업을 통해 2016년 경영만으로 센터 및 체험장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쉼영농조합이 하는 일

쉼영농조합은 고창 팸푸드로 선정된 농산물 10여가지를 판매할 계획인데, 이미 참여회원들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장연희 대표는 "이는 참여를 원하는 농가가 많았음에도, 센터가 감당할 만큼만 회원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라며 "할 수 있는 역량만큼씩 추진하는 것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농가레스토랑의 치유식단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매우 만족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복분자 불고기, 복분자 장어 등 레시피를 개발하고, 지역 농산물로 맛을 낸 반찬들로 인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이다.
또한 당뇨 등 성인병 환자들을 위한 치유식단 예약제도 실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반응이 매우 좋다.
여기에 지난해 고창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30~40가지 특색음식을 접목해 메뉴를 다양화 하고 있다.
특히, 치유음식 반응이 좋아 쉼영농조합은 농가체험과 분리해 레스토랑 영업을 더욱 전문화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밖에 회원농가가 실시하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교육지원청이나 학교에 제안하고, 인터넷에 홍보하고 있다.
쉼영농조합은 소비자가 각자 특별한 체험을 원하더라도 고창군 내에서 조합해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고창교육지원청과 지역 8,000여명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체험학습 및 일반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MOU도 체결했다.
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체험 경험 프로그램은 시골에서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인데, 개발 및 접목 과정을 밟고 있다.

◆오디삼계탕, 치유족욕

오방장어, 오디삼계탕, 힐링한식, 치즈돈까스 등 쉼 농가레스토랑의 메뉴는 건강식이다.
여기에 치유족욕체험 등 힐링을 접목한 체험 등은 쉼만의 건강 프로그램이다.
'오방장어'의 경우 복분자, 치자, 고추장, 간장, 소금구이 등 5색의 장어가 포함된 메뉴로 체험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복분자 효소'의 경우 복분자를 수확하고 가공해서 포장하는데 이르기까지를 경험하는데, 고창의 특성을 살렸다는 이유로 예약이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 됐다.
또 '쌀빵 체험'은 제분된 쌀을 짧은 시간에 발효시켜 빵과 과자 등을 직접 만들고 구워 포장하는 체험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프리즈 버드'의 경우 최근 수도권 꽃집 등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품으로, 쉼영농조합은 관련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프리즈 버드'란 안개꽃, 장미꽃 등 생화를 동결건조해 다시 다양한 색을 입히고, 꽃다발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진로교육 체험 등 12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9명(정규직 3명, 기간제 6명)의 일자리도 만들어 냈다.
결국, 2016년 센터 체험장 방문인원만 2,240명에 이른다.
이는 각각 회원농가와 연계된 체험인원 등 훨씬 많은 방문객을 제외한 실적이다.
장연희 대표는 "고창교육지원청 등의 도움으로 체험객이 예상보다 3~4배 이상 초과 방문했다"면서 "이렇게 빨리 소문이 나고, 방문객이 증가할 줄 몰랐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각 농가의 홍보를 통일시키고, 방문객 예약과 공동판매, 온라인 고객관리까지 일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쉼의 미래

장연희 대표는 "쉼영농조합은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성공으로 다른 체험농가들이 겪게 되는 어려운 점을 대부분 뛰어넘었다"면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방향 설정이 쉼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창기 가까운 사람끼리 사업을 시작했는데, 법인이 꾸려지자 경제적 계산이 개입되고, 사업이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조직원 성향이 모두 달라 서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각자 처한 상황과 경제력이 모두 달라 초창기 형평성 문제마저 미묘한 갈등 요소로 떠올랐는데, 결국 시간이 걸려 조정이 되고 갈등이 가라앉은게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쉼의 미래에 대해 장 대표는 "목표치보다 크게 높은 실적을 거둔 만큼, 사업 확장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더불어 농가별 연계 체험관광도 확대해야 하는데, 직원 모집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 최근 크게 늘어난 고창 체험마을 중 폐업 위기에 처한 농가들이 많은데, 이들 일부의 회복작업을 진행함으로써 타 농가들의 체험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계획의 일부로 설정했다.
쉼의 초기 강소농이 나머지 회원들의 체험사업을 활성화시킨 경험을 바탕삼아 다른 마을의 체험사업까지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 대표는 "도시에서 실패를 경험한 귀촌자들이 기댈 수 있을만한 정부조직이 시골에 필요하다"며 "민간조직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이들에게 절실한데, 쉼영농조합은 이러한 역할까지 맡을 수 있도록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법인의 체계적인 시스템 정착, 이익 재투자 및 법인 확장, 부안·김제·익산 등과 지역별 체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전북 대표 체험밸트 완성도 쉼의 계획이다.
장연희 대표는 "특히, 명품치유마을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치유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우리마을을 찾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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