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미국은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로 발칵 뒤집혔다. 뉴욕 타임스 신문이 국방부의 베트남 관련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다. 7000페이지에 이르는 문서의 핵심은 미국이 베트남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베트남전이 발발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 외부에 알려져서는 곤란한 내용들이 허다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법원에 뉴욕 타임스를 기밀 누설죄로 고소하는 한편 게재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연방 최고재판소는 뉴욕 타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리하여 펜타곤 페이퍼는 속속들이 내용이 밝혀졌고 그 파장은 국내외적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 사건은 보도자유라는 관점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국가 기밀 사항을 언론이 보도해야 하느냐 하면 안 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또 하나는 바로 이 사건으로 뉴욕 타임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례였다는 점이다.
  1851년 창간된 뉴욕 타임스는 1896년 AS 옥스가 인수하면서 도약을 한다. 옥스는 사시를 ‘인쇄에 적합한 모든 뉴스’를 ‘공평하고도 대담하게’ 그리고 ‘골고루 제공한다’로 정하고 이에 걸맞는 경영을 해나갔다.
  오늘날 뉴욕 타임스의 명성은 하늘을 찌른다. 정치와 국제문제 기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으며 진보적 성향과 심층적 입체적 분석에 높은 비중을 두는 방침은 나름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유명 칼럼니스트가 대거 포진한데다 110여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 자부심도 대단해서 회사를 알리는 태그라인은 ‘이 시대는 타임스를 필요로 한다’이다.  미국의 대표지라는 긍지가 묻어나는 태그라인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와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독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 회사의 편집국장인 딘 바케이는 이와 관련해 “지난 몇 년은 신문 구독자가 급감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는데 지금 언론의 임무는 더욱 분명해졌다”고 언급했다. 신문의 주장으로는 트럼프가 공격해올 때마다 구독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난 세달 동안만 해도 무려 27만6000명의 구독자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지난 달 말 뉴욕 타임스 회사 앞에서는 이 신문의 보도를 지지하는 시위가 있었다. 피켓에는 ‘계속 보도하라’고 적혀 있었다. 뉴욕 타임스의 권위와 가치가 새삼 빛나는 요즈음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망해가는 회사라며 신문을 욕해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태도는 언론의 본령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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