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김제에서 최초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 동시발생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역의 축산업이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6일 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AI는 3월 들어 도내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AI·구제역 밑빠진 독에 돈붓기?

전북은 지난해 1월 11일 김제시 용지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구제역 청정구역’이었던 명성은 사라지게 됐다. 이틀 뒤인 1월 13일 고창군 무장면의 돼지 농가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두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투입된 공적 자금은 63억 원에 달했다. 살처분 보상금 21억 원, 구제역 긴급 백신비 23억 원, 거점 소독시설 및 통제초소 설치·운영비 19억 원 등이다. 이는 한 해 전북지역의 구제역 차단 방역 예산이 95억 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막대한 재정이 지출된 셈이다.

특히 AI로 인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란계 밀집단지인 김제 용지면에 집중됐다. 지난 2006~2016년까지 10여년 동안 김제시에는 33건의 AI가 발생해 투입된 공적자금만 1775억 원에 이른다. 매년 평균 177억여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현대화시설을 갖추기 위해 농가를 지원하고, 휴·폐업 농가에 대한 매입, 대규모 집화장 건립 등을 통해 공적자금 투입보다 오히려 관련 예산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AI·구제역·소비위축에 ‘삼중고’ 농민 ‘한숨’

AI와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탓에 자식 같은 닭과 오리, 소가 대량 살처분됐다. 소비자들의 불안감까지 커진 탓에 매출이 급락, 가축 사육 기반이 무너질 지경에 처했다.

지난 2008년 9월만 해도 1만7703가구였던 소·돼지·닭 등 도내 주요 축산농가 수는 지난해 9월 9910가구로 8년 새 반토막이 났다.

특히 한·육우와 돼지의 감소폭이 컸다. 한·육우의 경우 2008년 9월 1만5862가구였지만 지난해 9월 8421가구로 53% 줄었고, 돼지는 같은 기간 1027가구에서 514가구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문제는 한번 무너진 사육기반은 회복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소는 출하되기까지 30개월, 돼지는 6개월, 산란계는 4~5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 축산 농민들은 돈이 될만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사육기반 붕괴로 인해 축산농가의 재기가 어렵게 되면서 연관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해 지는 등 더 큰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AI와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이 생산기반이 약화되면 그 피해는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 축산업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항구적 대책 마련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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