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는 초청선수의 설움을 느낄 법하다.

타석에서 팀이 그토록 원하던 장타와 정확도를 보여줬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

박병호는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볼파크 오브 더 팜 비치스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전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이어 이틀 연속 결장이다.

박병호의 포지션 경쟁자 케니스 바르가스가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한 가운데, 미네소타는 6회말 야수를 대거 교체할 때도 박병호는 호명되지 않았다.

이날까지 박병호는 미네소타가 치른 10경기 가운데 5경기에 나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시범경기 첫 출전이었던 지난달 25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박병호는 26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과 2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연이틀 홈런포를 터트렸다.

그 뒤 하루를 쉬고 2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다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3타수 무안타로 쉬어 갔지만,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1안타 1볼넷으로 출루 행진을 재개했다.

고작 5번의 시범경기 출전이지만, 박병호는 지난해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를 공략해 꾸준히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7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삼진은 3개뿐이다.

미숙한 강속구 대처 능력과 많은 삼진은 지난해 박병호를 마이너리그로 끌어내린 주범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를 보여줄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는 지난달 박병호를 방출대기하며 '손절매'를 시도했다.

박병호를 영입한 테리 라이언 전 단장은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새 수뇌부는 시즌을 앞두고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영입 제의가 들어오지 않아 박병호는 미네소타 마이너리그에 남게 됐지만, 팀은 이미 바르가스를 주전 지명 타자로 쓰겠다는 '밑그림'을 짜놓은 상태다.

미네소타 구단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주전 선수로 점찍은 바르가스의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고, 박병호는 '보험'에 지나지 않는다.

바르가스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077(13타수 1안타)에 홈런 없이 1타점만을 기록 중이지만, 박병호보다 많은 6경기에 출전했다.

분명한 건, 박병호에게도 기회는 온다.

박병호가 장타와 정확한 타격으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바르가스의 부진이 거듭되면 구단에서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구단에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선수고, 바르가스는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2경기를 쉰 박병호는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실적을 낸다면, 미네소타 구단도 더는 박병호를 외면할 수 없다.

아직 시범경기 초반이라 구단은 여러 선수를 돌아가며 테스트하는데, 박병호는 앞으로 2주 동안 성적을 유지하며 버티는 게 중요하다.

시범경기 마지막 주까지 박병호가 자리를 지킨다면, 개막전 선발 출전도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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