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을 잃은 애절한 글

오피니언l승인2017.03.07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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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이 죽은 누님을 그리며 쓴 묘지명(墓誌銘)이 걸작으로 전해온다. 어릴적 어머니 같았던 누님에 대한 그리움이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짓게 한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에 몸단장하던 모습이 흡사 어제 일만 같구나. 나는 그때 여덟살이라, 벌렁드러누워 말을 더듬으며 점잔빼는새신랑의 말투를 흉내냈다. 누님은 부끄러워하다가 그만 빗을 떨어뜨려 내 이마를 때렸다. 나는 화를 내어 울음을 터트리고 분가루에 먹을 섞고 거울에 침을 뱉어 더럽혔다.
그러자 누님은 옥으로 만든 오리와 금으로 만든 노리개를 꺼내주며 울음을 그치라고 나를 달랬다. 지금으로부터 28년전 일이다. <중략> 울면서 빗을 떨어뜨리던 그날의 일을 생각했다. 유독 어릴적 일만이 또렷하고 그렇게도 즐거운일이 많았고, 세월도 길게만 느껴졌다.형제자매로 지낸 날들이 어찌 이다지도 짧았더란 말인가. 시(詩)한수를 읊어본다. ‘떠나는 이 다시 오마 간곡히 다짐해도/ 보내는 이 눈물로 옷깃을 적시거늘/ 조각배는 이제 가면 언제나 돌아오나/ 보내는 이 쓸쓸히 강길 따라 돌아서네.’」죽은 누님에 대한 애절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명문(名文)이다.
 이덕무는 연암의 글을 읽고 감상문을 썼는데 이 또한 걸작이다.「친가의 집안일을 알려면 고모에게 물어보면 되고, 외가의 집안일을 알려면 이모에게 물어보면 된다. 고모나 이모가 없는 사람은 누님에게 물어보면 모두 알려준다. <중략>누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리라. ‘아무 동생의 눈매는 할머니 눈매를 닮았고, 아무 동생의 목소리는 외할머니 음성을 닮았지, 어머니의 웃는 모습은 네가 꼭 빼닮았단다.’ 내가 어렸을 때 머리를 빗겨준 이도 우리 누님이고,  세수를 시켜준 이도 우리 누님이다. 나를 업어준 이도 나를 안아준 이도 모두 우리 누님이다. 나는 본래 누님도 없고,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뵌적이 없다, 더구나 어머니를 어려서 여윈사람이다. 그래서 일부러 누님이 있는 사람은 그러했으리라 상상하면서 서글퍼하곤 했다. 연암의 큰누님을 그린 묘지명을 읽고나니 곧바로 통곡이 나올 것만 같다.」
이 글을 읽고 필자는 한정동 선생의 동시 ‘따오기’가 떠올랐다.「보일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님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어미를 잃은 따오기가 여름 내내 슬픔에 잠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 같은 누님은 세상을 떠났어도 형제자매에 대한 애틋한 정은 우리 가슴속에 추억의 향기로 살아숨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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