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동물들이 잇달아 폐사하면서 부실한 사육관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또다시 폐사 사고가 발생, 전반적인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7일 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사육 중이던 수컷 벵골호랑이 한 마리가 혈액 내 적혈구가 과도하게 파괴돼 발생하는 ‘악성용혈성 빈혈’로 폐사했다.
지난 2008년에 태어난 벵골호랑이는 폐사 한 달 전부터 설사와 혈뇨 증세 등을 보였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월 18일에도 벵골호랑이 수컷 1마리(희망)가 폐사했다. 당시 이 호랑이는 부검결과 신장 기능을 상실해 전신대사부전으로 죽은 것으로 파악돼 박제와 소각, 매립 중 전문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맡겨 소각 처리한 바 있다. 이로써 전주동물원에는 시베리아호랑이 5마리와 벵골호랑이 1마리 등 총 6마리의 호랑이만 남게 됐다.
이처럼 잇따라 시 동물원의 동물들이 폐사하면서 또다시 사육관리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작년 10월 중순께 폐사한 수컷 기린(신화)의 폐사원인은 ‘급성 심부전’으로 판명됐다. 시 동물원이 전북대 동물질병진단센터 의뢰해 받은 검안결과다.
해당 센터는 수컷 기린이 폐사한 당일 부검을 진행한 뒤 일주일 만에 내놓은 검안결과를 통해 ‘왼쪽무릎 관절염으로 내실에서 쓰러진 후 혈액순환이 되지 않았다’며 결정적으로 급성심부전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린 평균 수명인 26년을 채우지 못하고 줄곧 짝으로 지냈던 암컷 ‘여명’을 남겨둔 채 신화는 16년 만에 폐사한 것이다.
같은해 3월 15일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긴꼬리원숭잇과 ‘맨드릴’이 특이적인 병리학적 소견이 없는데도 폐사했다. 지난 1999년 11월부터 동물원이 사육했던 맨드릴은 평균 수명이 40년이지만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 만 16년 만에 숨을 거뒀다.
당시 시 자체감사에서는 맨드릴에 대한 정기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았고, 폐사당일 사육일지에도 동물이상 유무에 ‘무’(無), 사료섭식 상태는 ‘정상’으로 기록하는 등 진료기록마저 엉터리로 관리했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시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동물은 103종에 610여마리에 이르지만, 수의사는 3명(사육팀장 1명 포함), 사육사는 1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기적인 검진 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증세를 보이는 경우에만 검진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전주시 관계자는 “동물 검진은 특정 증세를 보이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해왔다”며 “수의사를 충원하는 등 정기 검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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