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남은 숙제는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미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축산농가들의 느슨해진 방역의식과 방역당국의 뒷북 대응이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재앙임에도 불구, 당국의 대처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I와 구제역이 이대로 종식되더라도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에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연례행사 불구 뒷북대응 되풀이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달은 AI 사태를 계기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역체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첫 AI가 발생한지 한달 만에 정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했지만 마지막 청정지역이었던 영남권까지 확산돼 AI 방역에 완전 구멍이 뚫렸다.
상황이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자치단체의 허술한 방역체계, 일시 이동중지 등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초 발생한 구제역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큰 통계치만 믿고 있다가 허를 찔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역 당국 스스로 축산재앙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AI와 구제역 발생 후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취한 대책은 살처분이 사실상 유일하다.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에서 3㎞까지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규정하고 해당지역 내 가금류를 모조리 몰살해 땅에 파묻는 방식이다.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이지만, AI와 구제역이 거듭될수록 살처분 대상 동물 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살처분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를 놓고 10여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축공장 이대론 안된다” 사육방식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가축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를 ‘공장식 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유통되는 돼지고기와 달걀·닭고기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산이다. 산란계 암탉은 A4용지 2/3 크기의 좁은 ‘베터리 케이지’에서 어른 돼지 역시 폭 60㎝, 길이 200㎝의 쇠로 만들어진 감금틀 ‘스톨’에 갇혀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한다.
때문에 농장에서 한 마리라도 구제역이 걸리면 수 백 마리를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이 진행된다. 한번 구제역이 터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백신을 접종해도 소에 비해 항체 형성률이 낮기 때문에 구제역에 감염된다면 역대 최대 피해를 낸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이 아닌 ‘친환경 사육’ 방식을 도입한 축산농가의 이번 AI와 구제역 공세에도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축사 밀집지역을 친환경축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북지역 최대 축사 밀집지역인 김제 용지면의 반복되는 AI 피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밀집된 농가를 ‘분산’시키는 작업이 선결과제 중 하나이다.
도는 이 지역을 새만금특별법에 포함시켜 친환경축사 개편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을 현재의 30%에서 60%로 높여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익산시 왕궁면 왕궁축산단지 사례처럼 김제시 용지면을 새만금특별법에 근거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폐업을 희망하는 농가의 축사를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용지면의 경우 친환경축사로 전환 시 새만금특별관리지역 지정을 통해 현업축사 매입시 총 사업비는 300~400억 원으로 한해 500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 보다 오히려 경제적인 면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 관계자는 “새만금사업의 성공과 인근 도시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축사 밀집지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더욱이 용지면의 경우 예전에 국가가 정책적 목적으로 인해 조성한 곳이기에 그 뒷처리 책임도 마땅히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