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립국악원이 12월 공개할 대표공연의 연출가와 극작가를 낙점한 가운데, 국악원의 불분명한 제작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작년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대표공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

7일 국악원에 따르면 새롭게 만들 대표공연의 연출은 오진욱, 극작은 오은희가 맡는다. 오진욱은 남원시립국악단 상임연출 출신으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정기공연 ‘견훤’, 전주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 등에 참여했다. 오랜 기간 전북에서 활발히 활동해왔고 주요 분야 또한 창극이다.

오은희는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비롯해 ‘겨울연가’ ‘달고나’ ‘대장금’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영화와 창극도 썼다. 최근작으로는 국립창극단의 ‘배비장전’이 있다. 창작 뮤지컬계 대모로 불리지만 장르를 불문한다.

작품은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국악원 개원 30주년 기념공연 ‘이성계, 해를 쏘다’처럼 이성계를 소재 삼되, 새로 쓴다. 주인공의 일대기를 나열하지 않고 왕이 되기 전까지만 다뤄, 절정과 전주를 살린다.

예산은 창극단이 올해 올릴 예정이었던 정기공연 ‘배비장전’ 예산 1억 4천만 원과 순회공연 예산 1억 원을 투입해 2억 4천만 원 가량이다. 12월 전주에서 올리고 도내 1곳에서 순회 공연한다.

공연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지역대표공연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관심과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성계, 해를 쏘다’가 혹평 받은 까닭을 분석 및 반영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다. 초연작은 극본, 연출, 음악, 무대 등 주요 요소들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조화롭지 못해 감동이 떨어진다고 했다.

밑바탕에는 국악원의 공연제작체계가 자리한다고 주장했다. 중심축과 분업이 불분명하고 협의와 리허설이 충분치 않아 양질의 결과물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

복수의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대표공연의 연출, 극본, 음악이 제각각인 걸로 보아 제작진들이 깊이 있게 소통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조율, 중재 때로는 주도해야 하는 공연기획실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거 같다”면서 “몇 억 들인 대작 무대연습을 고작 2,3일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국악원 다른 공연들도 마찬가지다. 평균 1억 원이 들어가지만 문제가 반복돼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기획실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업무분담, 수시로 이뤄지는 긴밀한 협의, 충분한 리허설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제작진 또한 완성도와 직결되는 바, 선정방법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추천 및 심사 과정을 거치지만 보다 폭 넓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늘 하던 사람, 알려진 사람에 국한된 거 같다. 평소에도 폭넓은 공연물을 관람하면서 제작진들을 눈여겨보거나, 실력이 있고 국악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다른 매체 및 장르도 고려했으면 한다. 안정도 좋지만 변화도 필요하니까”라고 말했다.

국악원 공연기획실 관계자는 “최소 열흘에 한 번씩 제작진, 공연기획실, 예술단 수장들이 모여 제작회의를 갖는다. 작가는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고 대본에 대해서는 지역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지방색과 극적 장치를 지녀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해부터 전 공연 무대 리허설을 이틀 정도 늘렸다”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적된 사안부터 살피고 있다. 제작진 섭외가 마무리되는 5월 경 공연 윤곽도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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