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통치의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었던 제98주년 3·1절, 국론이 둘로 나뉜 광경을 보시니 말입니다. 한편에선 촛불을, 다른 편에서는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찬반을 부르짖었습니다. 이날 기념식에서 만난 시민들께서는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기가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탄핵 반대 측이 태극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대통령님 “이게 나라냐”며 탄식하는 촛불 민심을 정녕 외면하실 작정이십니까.
정중히 고합니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십시오. 하루 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한때 국정농단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던 친박 의원들은 슬그머니 탄핵 찬성 가면을 벗고 이젠 탄핵심판 중단 구호를 외칩니다. 대통령은 탄핵 반대 시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통탄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그저 조문에 불과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는 ‘민무신불립’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하게 하며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죠.
그런데 박 대통령께서는 정반대로 국정을 운영했습니다. 추운 겨울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았으며, 사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국정을 최순실씨에게 내줬습니다. 이 모습이 그토록 하고자 했던 정치입니까. 국민과 약속했던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등은 헌신짝 버리듯 버렸습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중대 범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국론은 분열되고 사회갈등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나라의 주인입니까. 무얼 망설이십니까. 대통령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 없는 정부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리지 마십시오. 국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촛불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 1년도 채 남지 않은 권좌를 유지한들 죄가 덮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 모두 대통령의 죄를 알고 있습니다. 직을 내려놓고 죄 값은 물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법치국가의 모범을 보여주셔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대·이념·지역갈등으로 나라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뢰도가 추락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치부가 있습니까.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 이젠 입에 담을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와 경제 상황은 언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고조되고 한중관계는 수교 25주년에 사드배치 문제로 파탄날 수도 있습니다. 관광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달한다고 합니다. 경제상황은 어떻습니까. 내수 부진과 고용절벽의 문제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일자리가 없어 실업상태인 사람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4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벌이는 시원찮은데 물가까지 오르면서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창궐해 축산 농가는 물론 관련 업종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면초가입니다. 국가혁신을 해야 합니다. 단 1%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신다면, 내려놓으십시오. 국민들께서 대통령과 맞서는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만 보시겠습니까. 탄핵인용이든 기각이든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정치에 입문한 이래 ‘무신불립’을 정치신조로 삼아왔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무신불립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바랍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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