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고사에서 선왕시대로 요순 임금과 하·은·주 삼대 역사를 든다. 이 가운데 요순시대와 하나라는 고고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은 시대이고 은나라와 주나라는 유물 등으로 실제 왕조임이 분명하다. 은나라 혹은 상나라라고도 부르는 시대의 경우 수도였던 은허가 발굴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중국 역사상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국가인 셈이다.
  그런데 이 은나라가 사실은 동이족이 세운 나라라는 것이 통설이다. 기원전 10세기 경 사마천이 쓴 사기의 상 본기에 의하면 은나라는 탕왕이 시조이고 31대 주왕이 마지막 왕이다. 주왕은 주지육림 속에서 폭정을 일삼다가 새로 일어난 주나라에 나라를 빼앗기고 만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미인 달기다. 그런데 은이 망한 뒤 그 잔존세력들이 동북쪽으로 밀려나 산동과 하북성에 자리 잡았다.
  후일 사람들은 이를 동이족이라고 불렀다. 동이족은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 민족의 뿌리다. 중국인들이 주변 민족을 지칭하면서 동북지역에 살고 있던 우리 조상들에게 동이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여기서 이(夷)란 큰 대자와 활 궁자를 합한 것으로 몸이 장대하고 활을 잘 쏘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는 풀이다.
  은나라 유물 유적에서 돋보이는 것은 갑골문자다. 거북이 등이나 동물 뼈에 새긴 상형문자인데 은허에서 다량 발견됐다. 이 갑골문자를 토대로 한자가 발전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자의 기원은 원래 동이족 즉 우리 조상들이 쓴 문자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안호상 박사가 중국의 문호 임어당을 만났을 때 그가 “한자는 동이족 글자인데 어찌 당신들만 모르느냐”고 반문했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동이족 상형문자가 미국 대륙에서 여러 개 발견됐다는 보도다. 미국의 교육학 박사이자 비문 전문가인 존 러스캠프박사는 저서 ‘아시아의 울림’에서 은 왕조 말기에 사용된 문자가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암석에서 확인되는 등 북미 대륙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러스캠프 박사는 이를 놓고 갑골문자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아시아로부터 미 대륙으로 와서 그 글을 남겼다고 보았다.
  동이족을 오랑캐로 부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중국인들은 그저 동쪽에 사는 이민족이라고 불렀을 따름이다. 동이족이 한자를 만들고 광활한 지역에 영토를 개척한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더욱이 북미대륙까지 진출했다니 대단한 위세다. 우리 상고사는 여러 학설이 난무하면서 통일된 견해가 거의 없다. 웅대한 민족사를 복원하자면 상고사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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