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이란 직장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인위적 장벽을 뜻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장벽인 것이다. 남녀 성차별의 한 단면이다. 원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1980년대에 쓴 용어였는데 미국 정부가 1989년 ‘유리천장 위원회’라는 것을 공식기구로 발족시키면서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 됐다.
  아닌 게 아니라 여성의 고위직 승진이 어렵기는 하다. 같은 기수로 입사한 사원들끼리도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다 같이 올라가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고위직 승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여성 차별이다. 설혹 고위직에 올라간 이후에도 어려움은 가중된다. 인적 네트워크에서 남성에게 뒤지는데다 가사, 출산, 육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남성에게 뒤처지게 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대부분 여성들은 유리천장이 아니라 콘크리트 천장이라는 자조어린 탄식을 한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전진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남성 위주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들에게는 그만큼 처절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포춘지 선정 1000대 기업에서 부사장 이상 지위 여성 1251명을 대상으로 성공한 이유를 물은 결과 지속적으로 기대치를 초과했다(77%), 자신의 관리자가 편안해하는 스타일을 개발했다(61%), 다른 과업을 찾아냈다(50%)로 나타난 것도 이를 웅변한다.
  승진만이 아니다. 보수에서도 차별이 분명하다. 비교적 성차별이 없다는 미국에서조차 남성이 1달러를 받을 때 여성은 74센트를 번다는 통계가 있다. 똑 같은 경력에 똑 같은 일을 해도 이처럼 급여 수준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12.1%에 불과하다는 보도다. 이는 1995년 3.6%보다는 많이 늘어난 숫자이지만 전체 지자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34.2%에 이른다는 점에 비추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3급 이상 고위직으로 가면 더욱 심각해서 6%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관리적 여성 공무원 임용 확대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별 목표치를 설정해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무원이 이 정도이지 민간 기업으로 가면 상황이 더 나쁘다. 30대 그룹의 올해 임원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은 2.4%에 그쳤다고 한다. 물론 유리천장을 깨고 높이 올라가는 여성들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확률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원시사회에서나 존재할 법한 마초사회가 여전히 온존한다는 데 대해 모두들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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