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독일은 참담한 지경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하는데다 상당한 면적의 영토도 빼앗겼다. 특히 독일국민들을 괴롭힌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었다. 전쟁 전에 비해 무려 76만 배로 물가가 뛰었다. 빵 한 덩어리 값이 1400억 마르크였고 달걀 한 개는 3200억 마르크였다니 어마어마한 물가고다.
  이런 비참한 상황서 돌출한 인물이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는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당 후일 나치스라고 불리는 정당을 만든 뒤 전쟁배상금을 물지 않고 영토를 확장하며 독일 게르만 민족의 위대성을 한껏 발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하여 1934년 선거에 의해 독일 총통 자리에 올랐다.
  그가 표방한 것 중 ‘위대한 게르만 민족’은 쇼비니즘에 다름 아니다. 쇼비니즘은 국수주의, 맹목적 자국 이기주의 등으로 번역되는데 나폴레옹 1세를 죽도록 존경하고 찬양한 프랑스 병사 니콜라 쇼뱅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 쇼비니즘은 급기야 유대인에 대한 경멸과 억압으로 발전했다. 히틀러는 반유대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모두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쇼비니즘은 한 마디로 편협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다. 자국민 우수성을 찬양하면서 그 반대로 타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척하고 누르는 태도나 경향이다. 독일의 나치즘을 비롯해 일본 메이지 유신 후의 국수주의, 이탈리아 파시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쇼비니즘의 위험성은 이것이 억압적이며 폭력적이고 군사적 팽창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국수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자국 이기주의를 겨냥, “미국과 세계 정치를 집어삼키고 있는 국수주의에 현혹되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대 그들로 분리하는 사고가 미국 정치와 브렉시트의 영국, 필리핀과 유럽 정치에서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단일 민족 국가를 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분리주의와 분열을 제도화 하려는 범 국민운동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의 경고는 시의적절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쇼비니즘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그 위험성과 폐해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 우파 국수주의로 인해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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