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적 상상력, 소외와 가난의 현실주의적 상상력을 거쳐 바다와 함께한 유년에 가닿았다. 나고 자란 부산광역시 가덕도를 배경으로 삶의 보편적 모습을, 현대의 결핍을 말한다.

모악시인선 다섯 번째이자 박형권의 네 번째 시집 <가덕도 탕수구미 사거리 상향>은 고향 가덕도의 풍경과 가덕도를 둘러싼 남해 지역 물고기들을 통해 유년의 따사로움과 생명의 충일감을 노래한다.

과거로 돌아가고픈 이유는 제각각이나 현재의 중요한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원인은 동일할 거다. 바다를 제 집처럼 드나들던 작가는 그곳에서 누린 깨달음과 안온함을 자신 뿐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이 되찾길 바라는 듯하다.

4부에 걸친 책에는 가덕도의 모습이나 군수, 짱뚱이, 쑤기미, 술배이, 보리문주리 등 가덕도와 부산, 마산, 진해의 바다를 떠도는 물고기 50여종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정약전의 흑산도 <자산어보>를 연상케 하는 건 이 때문.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느낄 낯섦은 글쓴이가 느꼈던 감정, 생각과 맞닿으며 공감으로 돌아선다. 공간 및 어류와 사람의 접점을 포착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가령 <둘밑짱뚱어>에서는 ‘가덕도는 섬이어서 늘 혼자였다/하늘과 사람과 땅과 바다가/서로에게 풍덩 빠져 몸을 씻어서/사실은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었다’면서 가덕도의 고독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드러내는 한편 존재의 근원을 좇는다.

‘인생 앞에서 누구나 고요히 머리 숙이는 것<풀무대가리국>’을 가르쳐주고 ‘자기가 자기에게 중독되지 않을 만큼 독을 머금어야 한다는 것<나무섬 쏨뱅이>’을 깨닫게 한다.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담담한 서정성은 덤이다.

부산 출생으로 2006년 <현대시학>에 시 <봄, 봄>이, 2013년 한국안데르센상에 장편동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가 당선됐다. 시집으로는 <우두커니> <전당포는 항구다> <도축사 수첩>이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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