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 내 신입생을 상대로 한 ‘악습’이 반복되고 있어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전북의 한 사립대학 신입생 대면식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성추행이 있었다는 폭로글이 SNS에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 작성자는 “신입생 대면식에서 강제로 학생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해야 했고 선배들은 야유와 욕설까지 퍼부었다”며 폭로했다.

또 “남자 선배들은 여자 신입생과 술 게임을 했고 게임에서 지면 뽀뽀와 포옹을 하라고 시켰다”며 “해당 여학생이 너무 불쌍해보였다”고 성추행 사실을 게재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해당 대학 관계자와 성추행 사건 당사자인 여학생은 익명으로 논란 하루 만인 14일에 같은 SNS 공간에 잇따라 글을 올렸다.

해당 학부 학회장은 “큰 소리로 인사를 시키는 것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막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 사건 당사자임을 밝힌 여학생은 “술 게임에 대해서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인지했지만 거절하지 못 했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글을 접한 해당 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누리꾼들은 ‘익명으로 해명한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입막음 당한 것 같다’,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철저하게 진상규명해 처벌해야 한다’ 등의 수십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와 경찰은 매년 학기 초마다 대학 내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방이 아닌 사후처리에 그치고 있다.

대학이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은 일과 인지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초에도 같은 학교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상대로 막걸리를 뿌리는 일이 생겨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인권 전문가들은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일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 내 악습이 없어지려면 학생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며 이를 적극 신고하고 불합리한 조직 문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요령 정립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