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는 갈라지고 차선은 희미해졌다.

늘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작가가 주목한 것이다. 포장된 도로 위 회화성과 입체성을 발견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조각가 김현태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 ‘걷는다-road’를 열고 있다.

원광대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사진을 택했다. 자체만으로 조각 혹은 화석 같고 검정, 흰색, 노랑색 등 조화로운 색감으로 그림을 연상케 하는 도로 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아스팔트가 깔리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 차선이 희미해지면 그 위 다른 색깔로 두껍게 덧칠한다. 그러다보니 닳아서 희미해지기보다 갈라지고 깨진다는 느낌이 강한데 작가는 이를 다양성과 저항성으로 보고 포장된 것들의 거친 삶을 기록했다.

간결하되 생생하게 담은 갈라짐, 입체감, 추상성은 다양한 빛깔과 사연을 지닌 우리네 인생사와 닮았다. 나아가 걷고 있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묻고 있다. 잊히는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오늘을 어떻게 감당할 건지.

현재 한국미술협회, 전국조각가협회, 전북조각회, 원형조각회, 제3조각회,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원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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