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에게 배운다
영농조합법인 지리산처럼

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강소농'은 기존의 농업 뿐만 아니라 가공, 디자인, 마케팅, IT, 수출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을 결합해 융복합 창업을 선도한다. 때문에 '강소농'은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뜻하지 않았던 '들깨' 작목
2009년 남원시 운봉읍으로 귀농한 '지리산처럼' 영농조합법인 정정은 대표(42)는 2010년부터 남원시농업기술센터 교육을 시작으로 전북농업기술원 등 농업 관련 교육을 찾아다니며 농사를 강의실에서 배웠다.
차차 교육생들과 친분을 갖고 네트웍을 형성하던 정 대표는 '농사'라는 의미를 존중해 농업의 기본이 되는 '씨감자' 종자사업에 손을 댔다.
그런데 농사 짓는다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판로가 없어 감자를 썩히며 눈물을 흘리길 여러번.
이후, 농업교육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다가 감자 후기작으로 '들깨' 재배가 유리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우리나라 참깨/들깨 자급률이 1~3%에 불과한데, 수입산 가짜가 판을 쳐 소비자들이 애를 먹는다는 설명도 정 대표를 자극했다.
정 대표는 "들깨 농사와 들기름 사업은 농가와 내가 함께 사는 길이다"고 판단했고, 초보자여서 처음 농사 수확량이 적었음에도 큰 공부가 됐다.
이 때 강소농 교육이 시작됐는데, 2차 가공 및 마케팅에서 성공해야 소규모 농가 일지라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산물로 농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부터 들기름 사업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주위에서는 들기름이 산패가 빠르다는 이유로 관련 사업 추진을 만류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두부 유통기한이 1주일인데 반해 들기름은 9개월 이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착유기 등 중고기계를 들여와 상품 개발에 나섰다.
◆덮어놓고 마케팅
정 대표의 들기름은 시골에서 판매할 상품이 아니었다.
대신 정 대표는 도심 거주 경험을 살려 트럭을 몰고 서울로 올라가 지하철 직거래장터나 노상 등에서 도시민을 상대로 들기름 직접 판매를 시도했다.
정 대표는 좋은 기름을 경험한 도시민들은 항상 똑같은 기름을 구하려 한다는 심리를 알고 있었다. 
좋은 기름을 내보여주고,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으로 단골들을 확보해 나갔다.
이와 함께 각종 박람회장을 찾아다니며 들기름 홍보에 앞장섰고, 드디어 2013년 한 박람회장에서 상담에 성공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유명 쇼핑몰에 납품하기 시작하자 타 쇼핑몰에 입점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정 대표는 "들깨가 최고급 식물성 오메가3임을 홍보하는데 집중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선물용으로 낙점되기 시작했다"면서 "프리미엄급 기능성을 홍보하자 귀한 선물용으로 인식되면서 기업체 납품까지 약속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리산처럼
'지리산처럼'의 빠른 성공은 단골고객 수의 증가에서 나타나는데, 2014년 400명이었던 홈페이지 단골고객 수가 '15년 1,000명, '16년 2,000명, '17년 3,0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와 함께 기업체 및 쇼핑몰에 납품하는 선물세트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특판이 성공하면 한 번에 2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곤 했다.
이에 정 대표는 상품 디자인 개발 및 박람회 영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련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일반코너와 프리미엄 코너에서의 매출도 늘어나며 정 대표는 '들기름 언니'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정 대표의 다음 계획은 국산 들기름 수출이다.
'지리산처럼'이 급성장할 때, 또 일본에서 들기름이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정 대표는 프리미엄급 들기름 수출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산 깨를 수입한 국내 업자들이 일본으로 동시에 들기름을 수출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1차 수출 실패를 겪었다.
이에 정 대표는 신제품을 만들어 오는 5월경 일본으로의 수출을 다시 시도하려 계획하고 있다.
들기름이 홍삼처럼 건강보조식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소포장으로 특화한 '짜먹는 오메가3'를 개발한 것이다.
소포장으로 휴대의 편리성과 함께 산패율도 줄였으니, 차별성으로 가격 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여기에 생들기름(세척·건조 후 저온압착 추출)의 경우 냄새가 약하고 목넘김이 좋아 한 번 경험한 고객들의 호응도 역시 매우 좋았다.
또 그동안 방송에 5~6회 출연하며 들기름의 기능성을 홍보한 결과, 더 많은 단골층 확보와 함께 들기름에 대한 일반의 인식 또한 매우 높아졌다.
정 대표는 "농사와 가공 과정을 보여주고, 들기름의 유용성을 설명하자 소비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수출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방법은 제품 개발 뿐
정 대표의 제품 개발 열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처음 들기름 생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사실 창업 초기자금이 적게 들기 때문이었다.
세척기, 볶음솥, 착유기 등 기본 기계만 중고로 구입해도 창업할 수 있었고, 들기름은 주부들이 쉽게 대하는 상품이어서 어느정도 판매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주변 농가 중 들기름 생산업체가 급증했고, 중견기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농가들이 도태되기 시작했다.
이 때 다시 정 대표는 "결국,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제품 개발 뿐이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현대인 취향에 맞는 맛과 향, 포장 개발에 매달렸고, 프리미엄 디자인을 접목해 등급이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화장품까지 개발해 고소득벤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또 다른 브랜드 'OILARIA'의 '자운터치밤'은 건조한 피부에, '청비터치밤'은 코에 좋은 천연기능성 화장품이고, 친환경 재료인 참깨가루 베이스의 스크럽은 지난해 한 박람회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아이템을 성급하게 출시할 경우 아이디어만 뺏기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면서 "화장품을 신중하게 개발해 판매 계획을 완벽히 마무리한 후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아가애'
이밖에 정 대표가 취급하는 또 다른 브랜드는 '아가애'이다.
'아가애'는 아이들을 위한 기름, 간장, 백김치, 누룽지, 소시지 등 엄선된 식품을 도내 각 농가로부터 공급받아 아이들에게 맞는 소포장 제품으로 브랜드화 한 제품이다.
정 대표는 "이 또한 각 농가들의 규모가 적어 판매 속도가 느린 만큼 공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가애'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SSG, GS샵 등 온라인 몰에 납품이 시작됐다.
정 대표는 "'아가애'는 각 농가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미래
정 대표의 꿈은 오일의 여왕이 되는 것이다.
정 대표는 "홈쇼핑에 '짜먹는 오메가3'를 대량 판매하면 공장 가동율도 올라가고, 지역 일자리도 창출되며, 동네 들깨작목반 소득도 오를 것"이라며 "현재 5개인 계약재배 마을을 수십개로 확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들깨에 대한 재배 및 착유 방식들, 맛, 보관 방법 등 연구기록이 너무 없다"면서 "다양한 기록을 만들고, 현대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면, 매출과 성공은 자연히 따라 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대표는 "농사를 너무 몰라 실패로 마음 고생을 하면서 농사의 가치를 배웠다. 이에 마을 계약재배 매입가를 높게 정해주고 있다"며 "그런데 다시 각 마을에서 계약재배를 원하고, 또 도와주려는 사람이 늘면서 이제는 '사람이 모이는 성공사업'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 후배들에게
정 대표는 "농사만 짓기에는 너무 힘들고, 빚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공 시설을 접목해도 사람 구하기가 별따기다"며 "산속까지 들어와 가공을 돕고, 홈페이지를 대신 관리해주는 직원은 없다. 때문에 먼저 교육받고, 성공한 농가에서 배우고, 그 다음 독립하는게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조언했다.
'지리산처럼' 또한 귀농을 준비하는 자의 연습의 장이 되고 있다.
현재 6명의 직원이 '지리산처럼'을 꾸려가고 있으며, 연간 50~100명의 인원이 추가로 근무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정 대표는 "귀농 후배들에게 재미있게 돈도 벌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또한 이들을 위한 기관들의 교육 과정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강소농'을 "작지만, 강하면서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농업"이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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