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매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진작가이자 서학동사진관 관장으로 오랜 시간 사진에 매진해 온 김지연의 시각을 좇는다.

지난 4일부터 26일까지 계속되는 서학동사진관 3월 전시 ‘꽃시절’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얼마나 진지하게 혹은 흥미롭게 증명하고 밝히려 하는지 사진 장르로 보여준다. 둘이 만나 전혀 예상치 못한 효과를 자아내는데 김지연 관장이 이 지점을 포착, 기획했다.

사진은 기억의 확장을 위한 기록이며 증거로 쓰이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다른 혹은 더 정확한 단서를 남기고 싶어 한다. 과거 흑백사진 속 선명한 글귀들이 그것이다.

연월 뿐 아니라 유행, 상황, 심경을 적은 장면은 사실을 입증하기보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름 모를 젊은 여인들의 빛바랜 사진 속 ‘꽃 시절에 친우를 부여잡고, 단기 4292년 3월 5일’ 문구를 보며, 이제는 할머니 혹은 고인이 됐을지 모를 그들을 떠올리고 먹먹해지는 건 일부만이 아닐 것이다.

의도 없이 무심히 찍은 것들도 그렇다. 결혼, 돌, 가족사진 등을 엮어 벽에 건 사진들을 보면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키워내기까지 겪었을 고됨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은 그렇듯 우리네 희로애락을 녹여내고 지금 이순간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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