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계절이 바뀌어 감을 느낄 뿐 누리지 못하는데, 매일의 일상을 분주히 살아내느라 날씨마저 사치가 돼 버린 탓이다. 꽁꽁 얼다 못해 굳어버린 마음을 봄기운 가득한 선율로 보듬는 건 어떨까.

전주시립국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이 각각 국악과 합창으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을 전한다. 전주시립국악단은 제208회 정기연주회이자 신춘음악회로 ‘프리즘(prism‧지휘 박천지)’을 개최한다. 2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사랑, 생명력, 자연을 다룬 국악관현악을 선보인다.

몽골인들의 열정, 영광, 행운을 말발굽 소리로 대신하고 이를 독특하고 다양한 리듬으로 구성한 ‘말발굽소리(곡 M.Brivaa‧편곡 박한규)’가 그 시작. 동명의 고대가요에서 착안해 사랑하는 임을 잃기까지 사랑, 이별, 죽음을 그린 ‘공무도하가(곡 김성국)’, 남녀 간 사랑의 이치를 흥겨운 노랫가락에 얹은 ‘매화가’를 토대로 임에 대한 그리움과 늦은 봄의 정서를 절묘하게 대비하는 ‘매화, 봄 향기 속으로(곡 계성원)’가 이어진다.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편곡 황호준)’는 판소리 흥부가 눈대목인 제비노정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최경래의 소리를 더한다. 제비가 중국 남방에서 조선으로 날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은 ‘청산(곡 김대성)’이 장식한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을 접하고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과 고려시대 음악의 신비로움을 묘사했으며 과거와 현재 요소가 공존한다. 063-281-2766.

전주시립합창단은 제128회 정기연주회로 ‘사랑의 노래들 폴카(Liebeslieder Polkas‧지휘 김 철)’를 갖는다. 2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봄에 꼭 맞는 합창곡들이 대부분인데 전반부는 무반주합창곡으로 꾸린다. ‘멘델스존의 5개의 봄노래’는 작곡가이자 화가인 멘델스존이 봄의 느낌 뿐 아니라 색채와 움직임까지 담은 곡으로 종달새의 노래, 이른 봄, 밤꾀꼬리, 작은 숲새, 봄의 찬미 순이다.

윌리엄스가 쓴 ‘셰익스피어 시로부터 3개의 노래’는 다소 몽환적이고 현존하는 독일현대작곡가인 Herzog와 Ostrzyga의 ‘영원한 빛’과 ‘쥬피터’는 한국 초연된다.

후반부는 연주회 제목이기도 한 바흐의 ‘사랑의 노래들 폴카’로 시작한다. 혼성합창과 다섯 개의 손을 위한 작품은 연인의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펼친다. 그의 수줍은 애인에게부터 처녀들이여 시간을 아껴라, 달아오른 목동이 연인에게, 다정한 연인이여 왜 그리 창백한가요, 한 남자와 그의 연인이었네, 변치 않는 사랑, 실리아에게 하는 노래, 피아노 연주곡, 잘 가 감사할 줄 모르는 배신자, 실비아가 누구인가요까지다.

태극기의 4괘인 건곤감리를 형상화한 우효원의 ‘건곤감리’는 한국적인 주제와 피아노, 팀파니 같은 서양악기를 통해 막바지 역동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피아노는 강우현 신은혜, 팀파니는 유인황, 모듬북은 박종석이 맡는다. 063-281-2786./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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