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농협 본부장 강 태 호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이 막 지났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지난 이후부터는 한층 더 여유롭게 한 낮의 따스한 봄볕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춘분 전후는 아직 음력 2월이라 겨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꽃샘추위가 종종 아침, 저녁으로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겨우내 온 국민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었던 탄핵정국이 드디어 마무리 됐다. 이제 국민들은 갈등은 접어두고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다.

예부터 춘분을 전후해 우리 선조들은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애벌갈이를 해왔다. 애벌갈이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이다. 농협 역시 농업인 실익 향상 및 농사를 위해 조금 일찍 애벌갈이를 시작했다.

전북농협은 『농가소득 연 5,000만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전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 왔다. 특히 올해는 비료, 농약과 같은 농자재 가격을 인하해 2015년과 견주어 볼 때 약 1,300억원 규모의 농가 영농비를 절감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농업인과 임직원 교육, 영농자재 구비, 농기계 무상 수리, 영농지원반 발대식 등을 통해 본격적인 영농철을 대비하고 있다.

이런 농협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촌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전체의 농업 노동 시간중 고용 노동이 차지하는 몫은 약 15%, 품앗이 및 일손 돕기가 5%로서, 나머지 80%를 농가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농가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00년 33%였던 것이 2015년에는 53%로 크게 늘어 2명 중 1명이 환갑을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다. 농촌에서는 환갑이면 아직 청춘이라는 우스갯소리에 이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농촌의 구조적 변화는 농업노동력 확보 문제를 야기한다. 농촌에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이 없다. 이러한 심각한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는 개별농가와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의 농업 생산력 유지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 됐다.

그나마 다행이도 전라북도, 시군, 농업관련 기관, 기업,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농촌 일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인력을 알선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농협이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운동을 통해 명예이장으로 활동하며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농촌과 함께 나누며, 도농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전북농협은 인력중개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유·무상의 인력을 각 시군지부의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연간 5만 명을 공급하며 농촌일손부족 해소 및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와 함께 사회봉사대상자 4,500명을 영농철 적소에 투입하고, 범 농협 차원의 농촌 일손 돕기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대행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전라북도와 협력해 사고·질병농가에는 영농 도우미를, 고령·취약농가 등 농촌거주 취약 계층에는 행복 나눔이 등 수요자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 인력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각 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인력공급은 계절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늘 불안정하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어 인력수급이 더욱 더 불안정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우선 온 국민이 바쁜 영농철에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농촌 일손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봉사활동, 군 장병의 대민지원, 행정, 기관 및 단체의 일손 돕기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깥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아이들과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농촌마을에 나와 일손 돕기를 겸해서 농촌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껴며 다시 한 번 농심(農心)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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