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사고 발생 1073일 만에 마침내 바다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1만 톤에 이르는 거대한 침몰 여객선의 인양에 성공했다. 현대 해양기술의 성과라 하겠으나 깊은 바다 속에 잠든 어린 넋들을 건저 내 부모 품에 안겨줘야 한다는 온 국민의 간곡한 염원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참사는 너무도 어이 없이 일어났다. 단원고 학생 324명을 비롯 모두 476명을 태운 세월호에 차량 등 각종 화물을 과적한데다가 평형수마저 빼버린 가운데 운항하다가 진도앞 바다 급류에 휩쓸려 침몰했다. 선박운행 안전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
  사고 후는 더 어이가 없었다. 승객들 안전과 구조를 책임진 선장과 선원들은 학생들을 배에 남겨두고 저들만 탈출했다. 선장 선원과 선주 등이 중형으로 다스려졌으나 어린 생령들을 되살려 낼 수는 없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들은 대형 여객선 침몰 사고서 인명 구조 능력도 장비도 없었다. 전형적인 후진국 형 사고였다.
  단원고 학생 등 승객 304명이 차가운 바다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6개월여 만에 295명 째 사망자를 수습했으나 9명을 찾지 못한 가운데 3년 만에 선체가 인양돼 늦게나마 어린 넋들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어린 학생들을 너무도 어이 없이 무더기로 희생시킨 대형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은 망연자실(茫然自失) 그 이상이었다. 선주 일가와 그의 종교단체에 비난은 물론 무능의 바닥을 드러낸 정부에도 분노가 퍼부어졌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했다. 드디어는 대통령 탄핵 소추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세월호에 버금가는 수많은 대형 참사들을 겪어왔다. 1993년 사망자만 292명을 낸 부안위도 서해페리호 침몰, 1995년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340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화재 등이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처럼 온 국민이 3년을 두고 애도와 분노를 삭이지 못하지는 않았다. 세월호 인양으로 9명의 어린 넋이 부모 품에 안기게 되고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킨 침몰 원인도 밝혀지리라 믿는다.
  이제 세월호 트라우마서 벗어나고 세월호 참사가 던져준 교훈을 살려 다시는 대형 참사가 없는 사회로 가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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