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놀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대회 밑바탕인 국악의 보존, 전승,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러 주최, 주관처 중 실질적 집행부인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는 1977년 설립 이후 대회 개최에만 몰두하고 있으나 대사습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올해 대사습은 보존회가 아닌 조직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심사비리와 보존회 내부갈등이 불거져 전주시가 추진처를 바꾸는 강수를 둔 건데 조직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한 보존회 이사장 권한대행이 대사습에 해를 끼친 이들이 있다며 징계를 예고하는 등 보존회 체제 문제점이 계속되는가 하면, 조직위를 통해 새롭고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이유가 있지만 더 결정적인 게 있다.

보존회는 고유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과 대사습청 건립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고유 기능의 중요성은 더 커질 거다. 보존회 정관 제3조(목적)는 ‘전주대사습놀이의 효율적인 전승보존과 그의 사업을 펼치며 민족문화 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언급한다.

제4조(사업)에서는 연례행사, 대사습청 건립, 출판물 간행, 장학사업, 부설 연구기관 운영을 나열하고 있지만 시행되는 건 없다시피하다. 보존회가 대사습과 그 근간인 한국음악의 보존, 전승,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건 이 때문.

복수의 국악 관계자들은 “사업이라곤 대회 하나다 보니 1년 간 모든 관심이 심사와 제자 수상에 쏠려있다. 그 안에서 옥신각신 얼마나 소모적이고 무의미한가”라며 “정말 중요한 건 대사습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거다. 문화재는 그냥 되는 줄 아는가. 대사습청이 생기면 뭐로 채울 건가. 경연은 내려놓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급한 건 ‘연구’다. 유래와 연혁을 간략하게 나열하는 현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사를 망라, 집약해 취지와 정신을 되짚은 다음 이를 뼈대로 내부토론, 전문가 논문 의뢰,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발전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 개발’도 절실해 보인다. 대사습에서는 매년 부문별 장원자를 비롯한 수상자 수 십 명을 배출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무대는 대사습 축제에서 펼쳐지는 ‘역대 장원자 공연’이 유일하다.

국악인들을 발굴 및 육성해야 하는 등용문으로서 경연 출신들을 소개하는 한편 그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기공연과 그들의 사진, 물품, 이야기를 모아 소개하는 정기전시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국악과 대사습을 접하는 일반인도 늘 것이다.

‘홍보’가 빠질 수 없다. 기본적인 정보 외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홈페이지를 손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격적인 알리기에 나서는 게 예다.

전문적인 업무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사진 교체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판소리 중심의 실기인이 대부분인 전과 달리 실기인부터 국악 이론가, 공연 및 전시 기획자, 홍보, 행정 전문가까지 다양하게 아우르자고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이다. 보존회는 대회 예산으로 지원 받는 6억 8천여만 원을 제외하곤 지원금이랄 게 따로 없는 상황이다. 1년 운영비 6천 7백만 원은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3천 2백만 원은 이사 30명과 회원 200여명의 회비로 충당하고, 나머지 3천 5백만 원은 후원으로 메꾸고 있다.

열악하지만 돌파구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무국 직원 2명, 상임이사 1명 총 3명은 경연 실무자로서 급여를 받아왔으나 조직위 체제가 지속될 시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 콘텐츠를 통해 기금을 확보하는 것 또한 방안이다.

국악 관계자들은 “요즘 대부분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이런저런 공모에 적극 응시해 부족한 예산을 채우고 있고 대사습도 예외가 되선 안 된다. 예전 수준 인원도 필요하지 않을 거다”라며 “수익이 중심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공연과 전시 완성도를 높여 일정 금액을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회 관계자는 “운영비도 매년 적자라 뭘 해 볼 수가 없지만 학술적인 측면의 중요성은 깨닫고 있다. 내부가 정리 되는대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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