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한 우물을 판 사람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건 ‘내공’ 내지 ‘한결같음’ 일 것이다. 오랜 기간 같은 일을 반복할 경우 단단해지는 만큼 달라지기 어렵단 뜻인데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조각가로 살아온 강용면은 늘 변화했다 아니 진화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현대화한다’는 기조와 ‘미술은 시대를 대변한다’는 신념 덕분일까. 이번에도 오늘의 대한민국과 새로운 재료로 무장한 대형작 2점을 내놨다.

문화공간 예술의 기쁨(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70길 35) 초대전으로 29일부터 4월 15일까지 여는 스무 번째 개인전 ‘응고’에서 만날 수 있다. 320cm, 244cm의 키를 자랑하는 설치와 평면 2점이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등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으면서 느꼈던 불합리를 마음 가는대로 더한 결과물이다. 옳고 그름의 차원이라 여긴 문제는 진보와 보수, 갑과 을, 촛불과 태극기 같은 이념차로 번졌고 도민 수 186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구입자 수 30명, 연간 100만 원 벌기도 힘든 예술인에게 당연시되는 재능기부 같은 작가 스스로 겪는 불합리까지 불현 듯 떠올랐다.

이렇듯 다른 사고들은 새로운 재료인 접착제로 융합한다. 접착제의 경우 조각에서 잘 쓰이지 않지만 표현하려는 바를 극대화해 택했다고. 철골로 형태를 만들어 망을 씌운 다음 접착제를 바르고 유화물감을 덧댔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과 둥그스름한 형태로 이뤄진 설치작과 무채색의 평면작은 다른 느낌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교차점을 찾고 응어리를 풀어야 할 때라는.

전시가 열리는 예술의 기쁨은 김남조 시인과 고 김세중 조각가 부부가 살던 집을 개조한 조각전문 전시공간으로 매년 7,8명의 중견 및 청년작가들을 초대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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