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들이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수급권자 권리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수급권자를 가려내기 위한 장치로 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적더라도 부양의무자(배우자, 부모 1촌 직계 혈족인 자녀 등)에게 일정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해당이 안 된다. 이 기준은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고려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국가가 당연히 져야할 책임을 개인에게 너무 많이 떠넘긴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4년 2월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은 현 기준의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근로 가능한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에서 제외된 모녀가 결국 생활고를 못 이기고 세상을 등진 비극이었다. 이후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 기준을 완화하고 대상을 다층화한 이른 바 ‘송파 세모녀법(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없어지진 것은 아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18대,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사회적 합의’와 ‘부정수급 우려’를 내세운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의 반대는 ‘전 국민을 잠재적인 부정수급자로 보는 처사’라는 비판도 잇달았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들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빈곤층과 장애인 등 약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하자는 데 동의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개선시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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