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동물원의 야간개장을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27일 시에 따르면 매년 봄(4월)과 가을(10월)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동물원 내에서 밤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추진해왔던 야간개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 2004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전깃줄 등 재료비가 포함된 사업비 5000만원가량을 투입해 동물원 봄 야간개장 행사를 13회째 열어왔다. 작년에는 열흘간 진행된 벚꽃길 야간개장 행사에 하루 평균 2만여명, 총 20만858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벚꽃 야간개장 행사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인파로 기록되기도 했다.

시는 동물원 야간개장 행사 진행시 왕벚꽃터널 구간에 아름다운 LED조명과 트리 조명, 기린지 주변의 다양한 포토존 등을 설치해 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입장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야간시간대의 청년 입장 비율이 20%를 넘어서 동물원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시가 핵심사업 중 하나인 생태동물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동물복지’에 방점을 찍은 뒤 야간개장 폐지를 염두한 재검토 추진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 같은 시민들의 작은 즐거움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는 기존 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동물을 단순 볼거리가 아닌 인간과 교감하는 존엄한 생명이라 정의한 뒤 동물복지와 생태 등을 중심에 두고 동물원을 혁신해나가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과정 등은 빠진 채 동물원 야간개장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추진되면서 향후 보편적 여론에 맞서 전주시·동물보호단체 등과의 논쟁이 예상된다.

더구나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동물들이 잇달아 폐사하면서 부실한 사육관리가 도마에 오른 상황도 모자라 마땅한 휴식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지역현실은 외면한 채 애먼 시민들만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낙후된 시설과 동물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서식환경 등으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으로 불리고 있어 동물복지 환경을 갖춘 행복한 동물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중”이라며 “동물원 야간개장을 묻는 전화가 많게는 수백통씩 오고 있지만 올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재개장은 물론, 봄 야간개장도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작년 12월 21일부터 AI 경보수준이 ‘심각단계’로 유지된다면서 동물원을 임시 폐쇄하고 있다. /이승석기자 2pres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