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전북청년’을 통해 젊은 미술인들을 지지하는 데 이어 ‘전북 원로작가’들을 조명한다. 지역에서 오랜 세월 한 영역에 매진해 온 이들의 걸음을 좇다 보면 전북미술이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31일부터 5월 21일까지 본관에서 계속되는 ‘전북의 원로작가-전북미술의 상징적 존재들’전은 원로미술가의 아카이빙을 통해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되짚고 다듬으면서 도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초대작가는 분야별로 아우르기보다는 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역사성과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들로 선정했다. 박남재(89‧서양화), 홍순무(83‧서양화), 방의걸(80‧한국화), 송계일(78‧한국화), 김종범(79‧서예), 한봉림(71‧도예) 6명이다.

그들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중요하거나 대표적인 작품들을 골라 모두 120점을 선보인다. 시기를 따르면 지역미술의 변천을, 작가별로 보면 각각의 개성 있는 화풍을 읽을 수 있다. 아카이빙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제작과정과 인물을 촬영하는 한편 관련 질문에 답하는 평균 6분(총 38분) 영상을 촬영, 상영한다. 주요비평과 회고도 도록에 싣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화가로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한 박남재는 건강한 자연의 원초적 회복을 주제로 묘사와 재현보다는 마음과 정신에 치중한다. 그만의 해석과 붓질을 거치면 익숙한 풍경은 낯설고 매력적이다.

농악과 전북민중의 삶으로 잘 알려진 홍순무 작가는 현대미술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향 산천과 이웃사람들을 애정 어리게 바라본다. 교직생활을 마무리해서일까. 한결 밝고 자유롭다.

맑고 감칠맛 나는 묵법 청전류를 특화한 방의걸 작가는 채움보다 비움을, 채색이 아닌 물과 먹을 토대로 전통을 구현한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건 오늘날 경향과 정서도 놓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서예가 김종범은 글씨를 보면 쓰는 이의 인품을 알 수 있단 말을 실감케 한다. 진지하고 강직한 성품처럼 묵묵한 걸음으로 원숙한 서경을 구축했다. 현대 감각의 석각도 병행하고 있다.

송계일 작가는 동양 음양오행 사상에 천착해 채색과 수묵, 먹의 농담과 진채, 과거와 지금을 거침없이 오간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체화해 자연과 섭리와 순환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현대도예가라 불리는 한봉림은 흙과 불로 실용적이거나 정형화된 무언가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추상적으로 확장, 영원한 운동과 생명력을 탐구한다.

장석원 관장은 “세월이 흘러도 미술가로 살아온 각고의 시간과 자부심은 작품 속 고스란히 남게 되고 그로부터 오는 감동은 곧 전북의 자긍심이 된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지와 무료체험을 진행한다. 무료체험의 경우 매주 토, 일 오후 1시부터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필통 꾸미기(4월), 우드 로봇 꾸미기(5월)가 이뤄진다. 개막식은 31일 오후 4시./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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