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어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300억대 뇌물 수수를 비롯 민간인 최순실과의 국정농단 관련 13개 범죄 피의자로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을 받게 될는지도 모를 혐의다.
  우리 헌정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부녀 대통령의 명예와 영광을 안고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그가 헌정사 최초로 재임 중 탄핵을 받아 파면된 대통령에다 세 번째 구속된 대통령이란 불명예와 치욕을 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에 앞서 뇌물과 국정농단과 관련해 전직 비서실장 장차관급 고위공직자와 재벌그룹 회장 대학총장과 교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구속된 공범 혐의자만 10명이 넘는다. 흡사 검찰과 특검에 의해 범죄 집단이 일망타진된 듯한 모양새다.
  살아 있는 권력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과 검찰의 구속은 비록 그의 불행이고 우리 헌정사의 오점이지만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의 건재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또 다른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비극은 영욕이 점철된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며 국민적 고통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하야와 망명, 시해와 자살, 파면과 구속, 친인척과 측근들의 무더기 형사처벌이 이어져왔다.
  식민지 수탈과 분단과 전쟁 피해로 황폐화한 국토에 불과 반세기 만의 산업화 민주화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을 건설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어쩐 사유로 성공을 이끈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비극적 종말을 맞는 것일까.
  박 전 대통령의 비극적 종말을 보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대통령 한 사람에 모든 국가권력을 집중시킨 대통령 중심제 헌법에서 찾는 지적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분권 대통령제 개헌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데도 과연 이번에는 개헌이 이뤄질 것인가에는 여전히 회의적 전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후보와 정당이 개헌에 소극적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극의 헌정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도 이제 제왕적 대통령 시대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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