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하다 규정짓기엔 흥미롭고 장애로 뭉뚱그리기엔 제각각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미술가들의 작업을 마주하는 건 어떨까.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미술관 서울관에서 장애인 미술가 기획전 ‘미술로 나를 말한다’를 열고 있다.

전북에 뿌리 내린 장애인 미술가 6명을 초대한 전시에는 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이 고심 끝 선정한 작품들과 2015년부터 도립미술관 수집예산 약 1%로 구매한 소장품들이 자리한다.

전북 장애인 미술만의 특징이 고스란한데 제도권 교육에 길들여지지 않아 낯설고 투박한 표현기법이 그렇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스산한 삶이 선명하고 진솔하게 드러나는 건 이 때문. 기술보다는 의미에 치중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자유롭다.

외출할 때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척수 1급 장애인 장유는 화려한 꽃신을 신고 평범하게 외출하고픈 소망을 담는다. 서점례는 발마사지로 자원 봉사하는 등 사회적 약자임에도 더 어두운 곳에 희망을 전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창공을 나는 새에 빗댄다.

시각 장애가 있는 김현욱은 원래의 색을 기교 없이 칠한다. 강렬하고 화려한 원색의 대비는 내면의 번뇌와 열정 자체다. 허영숙은 바흐의 ‘G선상 아리아’를 형상화한다. 첼로는 높은음자리표로, 첼리스트는 간결한 선으로 대신한다.

김쌍순은 비 내리는 날 할머니의 목발을 우산으로 가려주는 10살배기 손녀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선명하다. 손옥자는 주변 사람들을 즐겨 그리는데 이번에는 특강 강사의 뒷모습을 포착했다. 의족인 그의 발을 통해 어떤 삶이든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말하고 싶어서다.

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은 “장애인 미술인들의 활동은 심리치료나 사회 적응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술이자 미술의 다양성과 가능성이다”라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틀림이 아닌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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