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등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기에도 바쁜 대학생들이 ‘코피노(Kopino)’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E-Book <지켜보고 지켜줄게>를 펴냈다.
  주인공은 전북대 강성덕·권예리·서정희·박고은·윤지현·정인용·방하영 학생 등으로 구성된 시사상식 스터디‘SPOTLIGHT_꿈꾼’팀 학생들.
  시사상식 스터디 활동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이들은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검찰총장이 거론한 ‘코피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주제로 시사스터디를 하게 됐다.
  이후 공부를 거듭하면서 코피노를 취업 상식을 뛰어 넘는,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뒤흔드는 문제로 인식하면서 관련 기록물을 만들어 널리 알려야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먼저 전북대에서 학생들의 저술을 지원하는 ‘베스트셀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어 전북대가 모험생 양성을 위해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모험활동 공모전’에 뽑혀 대학의 지원을 받아 필리핀 현지를 찾았다.
 

지난해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필리핀을 방문한 이들은 앙헬레스의 코피노 지원 기관, 유치원, 코피노 아버지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엑팟’ 등을 찾아 관계자 인터뷰와 코피노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협조적이었지만 일부 한국 기관에서는 코피노의 아버지를 찾는 활동 때문인지 비협조적인 곳도 있었다.
  이들은 현지 취재를 통해 도서관에서 접한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코피노에 대해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현장에 답이 있는 순간이었다고 이들은 말한다.
  때문에 이 책에는 이들이 현장에서 체득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처음 접한 코피노 문제에 대한 어려움, 현지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학생 시각에서 나올법한 분노, 그리고 학생 특유의 발랄함과 이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전북대 차원에서도 이 책의 우수성을 인정, 도서관에 책을 비치해 많은 학생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박고은(통계학과 4학년)은 “불우한 코피노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많이 안타까웠다. 특히 이들이 처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성장 환경에 대해 안쓰러움을 나타냈다.
  강성덕(경영학과 4학년)은 “한국 남성으로 인한 ‘코피노’는 일본 남성의 ‘자피노’와 많이 비교된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피하지 말고 일본처럼 책임감을 갖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권예리(중어중문학과 4학년)는 “취재를 통해 ‘코피노’의 근본 문제는 남성중심의 왜곡된 성문화에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특히 못사는 나라에서 이뤄지는 나쁜 성문화에 대해 대학생들도 바로 알 수 있도록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피노(Kopino)란?
  한국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필리핀의 혼혈아. 코피노는 대략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찾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자피노에게 직업교육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