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을 설정해 선악 구조를 극대화하고 해상 이미지를 드러내려 했던 ‘해적’은 취지에 가닿지 못했다. 아리울 제왕으로서의 아리가 돋보이지 않는 등 시즌 1으로 돌아간 듯한 인상을 자아내서다.

11일 새만금상설공연장에서 개막한 ‘아리울 스토리 3-해적’은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시즌 1에서는 호족과 용족이 부딪혔고 시즌 2에서는 한 부족 속 반역자 반고와 여전사 아리가 충돌했다면, 시즌 3에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악역 해적을 처음부터 설정했다.

선과 악의 대립을 강조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바다 이미지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 에서 열리는 공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이는 강렬할 뿐 아니라 감정과 상황이 배인 안무, 5개 안팎의 신곡, 선악을 가리키는 파란색과 빨간색, 해적배와 바다 소리 및 영상으로 구현됐다. 평균 2,3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주연배우들의 안정되고 호소력 짙은 연기 또한 눈길을 끌었다.

여러 요소들의 눈부신 활약에도 의도했던 갈등은 부각되지 못했다. 지난해 여전사로 거듭난 아리가 다시 여인으로 전락하면서 선인 아리와 악인 해적 염왕의 반목은 힘을 잃었고, ‘아리울 스토리’는 진화하지 못했다. 되레 회귀했다.

기획안에 따르면 아리는 해적 염왕에게 붙들린 아리울 장군 미르를 구하기 위해 염왕과 격돌하지만 실제공연에서 아리는 염왕에게 잡혀 미르의 도움을 기다리는 존재로 바뀌었다.

제왕으로서 분량은 의식을 통해 미르를 살리는 것에 그쳐 그가 아리울의 수장이라는 인식을 갖기엔 역부족이다. 아리와 염왕, 미르 세 인물을 모두 보여주면서 선악을 강조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해적 느낌도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배가 아니라면 이전 반고 무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을 해적이라 여기기 어려워, 특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여분 계속되는 긴 서두와 관객과 소통하는 선을 넘어 극의 맥을 끊는 광대 분량은 보완할 부분일 것이다.

해적 관계자는 “아리의 여전사 캐릭터를 유지하려 했으나 해적과 성격이 겹친다. 미르의 유약함을 개선하다보니 아리의 비중도 줄었다”면서 “음악과 함께 안무도 많은 부분 바뀌고 준비기간도 촉박하다보니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꾸준히 보완해가겠다”고 밝혔다.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주최하고 (재)전북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병천)이 주관하는 ‘해적’은 11월 18일까지 화요일~토요일 오후 2시 새만금상설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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